[사설]국민연금 공공성 못지않게 수익성도 중요하다

정부가 17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에서 제시된 시안에는 기금 운영의 독립성 보장은 뒷전인 채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 조항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것은 연금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과도한 영향력 행사가 초래할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공개된 시안이 시행되면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에 비공개 대화를 요청하는 간접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주주제안을 통해 직접 관여에 나서게 된다. 배당정책 관여는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상장사 지분 투자는 국민 노후자금을 증식시키기 위함이지 경영에 참여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런 본질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이뿐이 아니다. 고용과 급여수준· 환경 등과 연계하는 사회적 책임투자 촉진 조항도 담고 있다. 국민연금이 경영자율권을 침해하면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피할 길이 없다. 국민연금을 특정 정책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공공성을 앞세우다가는 자칫 국민연금의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 개입 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연금은 현재의 의결권 행사 체계로는 독립성과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번에 의결권행사기구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전환한다지만 기존 틀을 유지한 채 인력과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데 불과하다.

정부는 26일 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당초 계획한 대로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강행할 태세다.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청회만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다. 국민연금의 공공성 강화가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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