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은 2주 사이 급매물만 수십 건 거래됐습니다. 상대적으로 강북과 갭이 줄어들다 보니 다시 잠실이 저평가됐다고 보고 눈을 돌려 강남에 진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었습니다.” (잠실동 E공인 대표)
강남 부동산 시장이 7월 들어 ‘거래 절벽’에서 벗어나고 있다. 저가 급매물부터 거래가 이뤄지면서 ‘바닥’을 찍었던 호가도 다소 반등하는 양상이다. 매물을 반등세에 태우려는 집주인과 여전히 저가 매물을 찾는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 조정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시장 전망도 엇갈린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일반 아파트 모두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매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올 초 거래량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 4~5월 거래 절벽 상태는 벗어나 최저점은 탈출했다고 현장 중개업소는 입을 모았다. 6월 내내 1건 거래에 그쳤던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7월에만 10건 가까이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동 J공인 대표는 “전용 76㎡의 경우 17억원을 고수하다가 7월 들어 16억5,500만원 매물을 최저점으로 16억원대 매물은 전량 매매됐다”면서 “최고점보다 2억원께 떨어졌으니 이제 더는 떨어지지 않겠다며 7월 첫째 주 부터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A공인 대표도 “전용 76㎡ 17억원짜리 매물을 두고 500만원이라도 깎겠다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7월 둘째 주중까지 잠실엘스에서 10여건의 급매물이 거래된 데 이어 둘째주 주말을 거치며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매매 기세가 확산됐다. 7월 엘스 전용 84㎡가 15억9,000만원, 리센츠 전용 124㎡가 23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잠실동 E공인의 한 관계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리센츠 264동 전용 124㎡ 급매물부터 거래되는 등 실거주자는 다소 오른 호가에도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트리지움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저가 매물 위주로 끊겼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용 84㎡짜리가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집주인은 호가를 15억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6월 말부터 10여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76㎡ 1층부터 14억4,000만원에 팔리기 시작해 14억8,000만원, 15억1,000만원씩 저층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재건축 투자자가 매수했다”면서 “이제 매물이 거의 없고 호가도 15억2,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도 속속 급매물 거래 소식이 전해졌다. 6월 중순부터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용 107~118㎡는 2건, 신현대 전용 183㎡도 2건이 거래됐다. 압구정동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보유세에 대한 반응이 없고 그동안 사려고 대기했던 사람들이 자금 소명이 해소되자 1억~2억원 내려간 가격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반포동도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가 겹치면서 각 아파트 단지마다 급매물이 거래됐다. 반포동 R공인 대표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시세보다 1억~2억원 정도 싼 22억원 초반에 나온 급매에 매수자가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했다”면서 “관망하던 실거주자들이 저점이라 보고 급매물을 사들이며 다시 고점 가격으로 회복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급매물 해소 현상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세금 압박으로 인해 시장 분위기는 ‘똘똘한 한 채’로 쏠렸고 정부도 이를 원천봉쇄하지는 않아 인프라가 뛰어난 강남으로 유입하려는 대기 수요를 막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재건축 부담금 등 수요억제책이 워낙 크다 보니 박스권에서 움직임을 벗어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