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하라

<70> 사업이냐 예술이냐
유튜버 '영국남자', 시청자 호응 반영 성공했듯
내가 하고싶은 것 대신 시장반응 따라 대응해야
KAIST 경영대학 교수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

영국 사람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을 수 있을까. 유튜브에 올라온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 영상을 보면 시식 장면이 나온다. 놀라운 점은 입술이 아플 정도로 맵다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국 다 먹어버린다는 것이다. ‘영국남자’로 유명한 유튜버(YouTuber) 조시(Josh)의 채널에는 김밥·컵라면·김치·삼겹살에 도전하는 영국인의 영상도 볼 수 있다. 이런 영상들은 조회 수가 1,000만에 육박한다.

조시는 4년 전에 영국 문화를 한국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중 길 가던 영국인들에게 김치를 시식하게 하는 어설픈(?) 영상도 있었다. 그것을 본 한국 사람들이 한국 과자, 한국 컵라면도 시도해보라며 조시에게 소포를 보냈다. 그 중 하나가 불닭볶음면이었고 이 영상이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매운 음식에 당황하는 영국인, 그러나 최고의 맛이라며 엄지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우리에게 재미와 뿌듯함을 선사했다.

유튜브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의 조회 수를 비롯해 구독자수·시청시간·시청지역 등을 창작자에게 알려준다. 시청자들의 댓글도 달린다. 이런 정보를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더 좋은 영상을 만들어간다.


스타트업도 비슷하다. 상품을 세상에 내놓은 후 목표한 고객들이 구입하는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는지 확인하며 시장 적합성을 높여나간다. 대부분 성공한 사업들의 궤적도 그러했다. 유튜브 역시 처음에는 사람들이 동영상을 올려 데이트할 친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쉽고 빠른 동영상의 저장과 공유에 관심을 가졌다.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접고 고객이 원하는 쪽으로 집중해나갔다.

예술 하는 것과 사업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예술은 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시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조시가 하려던 것은 영국 문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객이 원하는 것은 반대였다. 오히려 한국 문화가 영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해했다. 조시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한국 문화와 영국 문화를 연결하는 영상 제작이라는 큰 틀은 유지되는 것이므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사업가의 자세로 접근한 것이다. 조회 수가 올라가자 광고 수익이 나고 협찬이 붙으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다.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자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면서도 본인이 만들고 싶었던 영상도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그런 영상까지 고객이 좋아해준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밀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좀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때까지 최소한 굶어 죽지는 말아야 한다. 역사 속 위대한 화가들처럼 사후에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접근 방식을 가질지는 창업자의 몫이다./sungjucho@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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