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기업의 지불능력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 필요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근로자의 25%인 501만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마다 인건비 인상을 감내할 수 있는 여건은 다르겠지만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산업생산은 26개월 만에 최대의 감소폭을 보이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0.3%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감소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을 2%대로 하향 조정했다. 취업자 증가폭도 10만명대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2017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율은 13.3%에 달하는 수준이다.


업종별 미만율은 격차가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숙박 음식업은 10명 중 3명이, 도소매업은 2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기업 규모별로도 편차가 심각해 5인 미만은 10명 중 3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에 따라 기업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숙박 음식업 영세 업종과 5인 미만 업종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법은 임금 결정시 노동생산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중소제조업의 노동생산성과 최저임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노동생산성은 1.8배 증가했으나 최저임금은 4.04배 증가해 최저임금 증가 속도가 노동생산성보다 2.2배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기업인 만큼 임금 지불 주체인 기업의 지불 능력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노동생산성과 경제여건이 모두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지불 여력이 미약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2019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내 삶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인상을 당연시할 수 없다는 영세 기업의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어떻게 표현해야 들어줄 것인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첫 단추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가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주체가 돼 합리적인 임금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조부터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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