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기업이 투자 원천…'외면'서 '지원확대'로 선회하나

■삼성디스플레이, 文정부 대기업 세액공제
중기 위주 산업정책으로는
'中 추격 물리치기 어렵다' 판단
시설투자 공제 요건 완화도 검토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구개발(R&D)이 문재인 정부의 세액공제 심사를 통과하게 되는 것은 최근 정부의 산업정책 선회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 9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난 것을 시발점으로 최근 정부의 산업정책에서 대기업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것.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16일 ‘기업을 위한 산업부(Ministry of Enterprise)’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취임 이후 처음으로 12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바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과 거리를 둔 채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산업정책을 펴왔다. 문제는 이 같은 새 정부의 산업정책이 정체 상태에 놓인 기업의 R&D 투자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우리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율은 0.6%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0대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율도 2014년 3.1%로 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쏙 빠진 산업정책으로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신성장동력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R&D 투자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실례로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산업에서 대기업의 투자 비중은 92.7%에 달한다. 사업체 수로 98.3%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R&D 투자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산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투자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길 신성장동력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의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R&D에 매출액 대비 5% 규모의 돈을 쏟아부어야만 이후 시설투자 금액의 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 34조원가량의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사업의 인건비 지출 등 R&D에만 1조7,000억원 이상을 써야 설비투자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실제로 세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제로(0)’인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지난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제출한 제도개선안을 검토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도 관련 제도개선안을 검토해 올 세법개정안에서 이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정책에서 대기업의 위상도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의 정책 변화를 두고 “지금까지 산업정책에서는 업종별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앞으로는 대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좀 더 부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한재영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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