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뛰자...편의점 다점포 비율·심야영업 반토막

여러 점포 운영할수록 손해 커
CU 3년새 40.7% →23.6%로
심야영업하겠다는 신규 점포도
100곳 중 9곳으로 크게 줄어
정부 근본문제 최저임금 간과
가맹본부에 책임 전가 우려도


한 사람이 여러 편의점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비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부진에 경쟁이 심화 되는 가운데 최저임금마저 큰 폭으로 뛰면서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여러 점포를 운영할 수록 손해가 더 커 다점포 점주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도 다시 큰 폭으로 뛰자 폐점을 문의하는 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편의점의 상징인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다점포 비율 40.7%에서 23.6%까지 추락 = 서울경제신문이 편의점의 다점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우선 CU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점포 1만 2,897개 중 다점포가 3,038개로 비율이 23.6%로 집계됐다. 2015년만 해도 다점포 비율은 40.7%였다. 최근 3년 새 전체 점포 수가 37.1% 증가했지만, 다점포 수는 오히려 20.7% 감소했다.

매장 수가 비슷한 GS25 역시 다점포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전체 매장 수는 지난 2015년 9,285개에서 지난 6월 말 1만 2,772개로 37.6% 증가했다. 반면 다점포 비율은 이 기간 동안 34.3%에서 30.8%로 줄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2017년에는 다점포 비율이 30.7%를 기록했지만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올 상반기에는 29.4%로 30%대 밑으로 추락했다.


편의점은 초기 자본금이 2,400만 원 수준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대비 자금부담이 적어 한 점주가 여러 점포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건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점포 중 일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매출에서 인건비 부담은 최소 40%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일정 규모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인력관리가 수월한 측면이 있어 여러 점포를 운영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폐점 문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심야영업 하겠다’ … 100곳 중 9곳에 불과 =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편의점의 상징인 ‘심야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마트(139480)24의 경우 편의점주가 자유롭게 심야영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점포 가운데 24시간 영업을 하겠다고 선택한 비율은 9.7%로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17.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3,236개 점포 가운데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은 고작 26%에 불과하다. 이마트24 외에 다른 편의점에서도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으로 다점포를 운영하거나 심야영업을 하는 것이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며 “현재 편의점 업계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인건비 부담을 편의점 가맹본부에 떠넘기려는 것에 대해 업계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이슈를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간의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편의점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근본 문제는 최저임금 인데 정부는 가맹본부의 잘못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지난해 편의점 5개사의 영업이익률은 1∼4%였으며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 이후 1·4분기 영업이익률은 0∼1%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 1·4분기 영업이익률이 0%대다. 쥐어짜도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유·박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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