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43개의 일자리 지원 대책을 내놓았지만 얼마가 들지 재원 추계는 내놓지 않았다.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 내리 10만명에 머무는 등 고용 한파에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었지만 결국 ‘깜깜이’ 대책으로 국민의 세금이 부실집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에는 43개의 주요 정책과제가 포함됐다.
문제는 이들 지원책에 얼마가 들지 정부도 집계를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7일 사전브리핑에서 도규상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최대한 빨리 (재원 내역을) 뽑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지난주 발표된 최저임금 인상 효과, 기초생활보장제도 중위소득 등의 결과를 반영해 재추계를 해야 정확한 숫자가 나온다”며 “(예산안) 편성이 끝나고 나면 재원 추계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의 국회 제출일이 오는 9월2일인 것을 감안하면 그 전까지 하강하는 경기에 쏟아부어야 할 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예산 규모는 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주요 정책과제인 일자리안정자금만 놓고 봐도 올해 예산은 2조9,708억원에 달한다. 근로장려세제(EITC) 개편으로 내년에만 지급해야 할 근로장려금이 3조8,000억원이다. 여기에 기초연금 등 17일 당정 협의 이후 발표된 정책의 예산만 대략 집계해도 수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김동연 기재부 장관 겸 부총리는 “엄밀히 말하면 EITC는 정부 세출 예산이 아니고 조세지출이기 때문에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을 포함해 예산을 짜면서 우선순위 문제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득분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불투명한 명세서 탓에 국민의 세금이 부실집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 또 최소 3조원이 들어갈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아직 정책평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되레 고용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시작해 2월 10만4,000명으로 급락한 뒤 6월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한 후 가장 장기간의 ‘고용 한파’다.
경제정책의 기조가 갈팡질팡하는 것도 문제다. 앞서 김 경제부총리는 “일자리안정자금을 EITC를 포함한 간접지원안과 연계하겠다”며 일자리안정자금의 축소를 시사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재부는 두 제도를 분리해 접근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책 기조가 바뀐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