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너마저...韓 철강 '설상가상'

EU, 23개 철강제품 수입제한
3년 평균 물량 초과분만 과세
당장 미칠 영향 크지 않지만
보호무역, 도미노처럼 번져
대체시장 발굴 필요성 커져

1935A13 한국철강사EU수출규모비중야근

“미국 시장이 막히는 것보다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는 게 두렵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재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매기는 조치를 시행한 지난 5월.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꺼내 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번질 수 있다고 봤다. 두 달 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유럽연합(EU)은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잠정적으로 발동한다고 18일 밝혔다. 그는 “미국이 벽을 쌓으면서 대체 시장을 찾을 필요성은 더없이 커졌는데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애써 별일이 아니라며 자위하고 있다. EU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3년 평균 수입 물량 초과분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율 할당(TRQ) 방식인 만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규제에 비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년 평균 물량 100%에 대해 수입을 허가하는 게 EU 세이프가드 조치의 골자”라며 “추가 수입 물량을 막겠다는 것인 만큼 큰 타격은 아닐 것으로 업계도 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대체 시장 발굴의 필요성이 전에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추가 관세 대신 한국에 쿼터제를 제시해 최근 3년 평균의 70% 수준으로 대미 철강 수출을 낮춰뒀다. 미국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물량을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대안으로 떠오른 게 EU였다. 실제 6월까지 EU를 향한 물량은 263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11.5% 늘었다. 하지만 EU가 예년 수준으로 물량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른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려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이미 보호주의는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문을 걸어잠그면서 다른 국가들도 잇달아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U에 수출하던 국가 입장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조치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U를 핵심 수출국으로 삼던 터키는 이미 최근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당장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에서 시작해 EU로 철강 보호무역이 확산하는 것이 확인됐고 여타 국가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걸려 있었고 동맹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비판을 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EU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상황이 다른 만큼 과연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한국이 적용되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김우보·박형윤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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