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조 건축의 화려한 부활

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앞으로 100년은 목조건축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많은 건축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목재는 연료와 건축자재에 필수적으로 사용됐다. 18~19세기의 벽돌, 20세기 이후 콘크리트·철골 등으로 건축자재가 대체되면서 목재 사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제 목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북아메리카 국가의 도심 외곽에서는 목조주택 형태의 주거문화가 뿌리내렸다.

이러한 목조건축물이 이제 도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심의 빌딩을 목조로 짓는 것인데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18층짜리 대학 기숙사를 완공했고 오스트리아는 현재 24층 높이의 목구조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있다. 또 스웨덴에서는 42층, 영국과 미국은 80층 규모의 초고층 목조 빌딩을 세우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5층 규모의 목조건물을 올해 완공했고 오는 2022년까지 10층 높이(40m)의 아파트 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목재가 다시 부각되는 것은 목재가 지닌 장점 때문이다. 목재를 가공할 때 드는 에너지는 철강 등 다른 건축 재료를 제조할 때보다 훨씬 적다. 또 목재는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많이 이용할수록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목조건축이 꼭 필요한 이유다. 또 목재는 이상적인 건축 재료이기도 하다. 화재가 났을 때 목재는 열전달률이 낮아 철골구조보다 더 오랜 시간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또 목재 내 함수율을 제어하거나 화학·방부 처리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도 썩는 것이나 벌레에 의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목조주택의 장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특히 목조건축은 지진에 강하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이탈리아 등에서 목조건물을 많이 짓는 이유이다.

목재로 집을 짓는다고 하면 벌채에 따른 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목재 생산을 할 때는 당연히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산림 벌채는 우선적으로 인공 조림지를 대상으로 하고 천연림의 경우에는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면서 ‘골라베기’ 등으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산림이 가지는 중요한 장점은 재생 가능한 자원이며 순환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숙한 나무는 벌채해 목재로 이용하면 탄소 저장고로의 역할을 하고 다시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반복적 산림 이용을 할 수 있다.

과거 우리의 목조건축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미 7세기 80m 규모의 황룡사지 9층 목탑을 지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고 7~9세기 지어진 사찰이 1,000년이 지난 지금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찬란한 목조건축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느티나무 같은 최상의 재료와 목재를 정교하게 다루는 기술, 그리고 목조건축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남다른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목조건축물은 뛰어난 기술력의 집약체일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관리해나갈 때 더욱 빛나게 된다. 하루빨리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목조건축 기술의 복원이 필요하다.

8월이면 세계 목조건축 기술을 이끄는 사람들이 모여 기술 발전을 공유하는 ‘세계목조건축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황금 목조 시대의 부활’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되는 이번 대회가 목재 산업 전반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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