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뛰면서 편의점 업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송은석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 일주일. 최저임금 논란의 최전선에 선 편의점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폐업 위기에 처한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고 가맹본부는 우리도 어렵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편의점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해고 위기로 전전긍긍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맹점 수와 종사자 등에서 1위는 편의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추정해보면 올 6월 말 현재 편의점 종사자는 무려 15만명을 넘는다. 편의점 산업이 최저임금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 예사롭지 않다. 현재도 편의점 점주 가운데 절반가량이 최저생계비 수준의 이익으로 버티고 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여전히 점주들이 격앙돼 있다”며 “목소리를 내려면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를 말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점주보다 더 약자인 아르바이트생의 몫을 빼앗으려 한다’ ‘최저임금조차 줄 수 없을 정도면 가게를 접는 게 낫다’는 식으로 여론이 형성된 게 상처가 됐다고 최 협의회장은 덧붙였다.
한 편의점주는 “편의점 한 곳당 야간 인건비로 평균 300만~350만원이 들어가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이 또 오르고 심야수당까지 고려하면 600만원이 될 수 있다”며 “야간에 600만원의 매출을 못 내면 아예 심야영업을 하지 않든가 물건값을 더 받든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성종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아르바이트생의 4대 보험 가입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사정상 가입할 수 없어 (일자리안정자금을) 한 푼도 못 받은 점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편의점 점주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 외에도 가맹본부에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가맹본부에 정식으로 공문까지 보내며 수수료 인하, 전기료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본부도 코너에 몰리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까지 가맹본부에 과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맹본부는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경영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상생안을 내놓은 바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지난해 말 가맹점주들과 상생협약을 맺고 5년간 최대 4,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GS25도 심야영업 전기료 100% 지원, 최저수입 보장 등을 위해 5년간 4,0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문제는 지원 여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만 해도 3~4%대를 유지했으나 올 1·4분기 CU와 GS25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1%, 1.3%에 그쳤다. 편의점 가맹본부의 한 관계자는 “가맹본부가 각 점포에 투자를 멈춘 것도 아니다”라며 “일례로 점포마다 있는 커피머신들은 대부분 가맹본부가 거액을 들여 직접 구입해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압박도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에 대해 불공정거래 현장조사를 벌였다. 추가로 다른 편의점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른 가맹본부 관계자는 “우리는 ‘동네북’ 신세가 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점주들의 반발이 심해지니 정부까지도 화살을 우리에게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노심초사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는 목소리 못지않게 해고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씨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인상 속도가 빨라 부작용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박모씨는 “사장님이 해고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며 “사장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적지 않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외국인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태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