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종가세인 맥주 종량세 전환은 조세 형평 측면과 함께 소비자 후생 측면도 모두 봐야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 일상에 시달린 뒤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는 서민들에게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수입 맥주를 즐겨온 소비자들의 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맥주 과세체계를 당장 개편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으로 읽힌다.
현재 우리나라 맥주 과세체계는 출고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국산 맥주는 원재료비에 국내 이윤·마케팅·판매관리비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과세표준액으로 한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회사가 신고한 수입 가격에 이에 비례한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과세표준액으로 한다. 수입사가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내고 소비자에게도 싸게 팔 수 있다.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이 때문에 맥주 과세체계를 주류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세청 등의 제안에 따라 검토했던 방안은 국산·수입 맥주 구분 없이 종량제로 ℓ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수입 맥주 세금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어 과세 형평성은 개선될 수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국내 브랜드 맥주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맥주보다 가격이 더 싸기도 한 왜곡현상도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고가의 수입 맥주나 국산 수제맥주 가격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입 맥주 4캔, 1만원의 행복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 경제부총리가 신중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주세 체계를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세금도 높아지는 종량세로 바꾸면 서민 체감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주류에 대한 과세체계도 다 함께 손봐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