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역전쟁 엎친데 환율파고 덮치는 수출환경

미국이 무역전쟁의 포성을 울린 데 이어 환율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중국산 수입품 전액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위안화 약세가 환율조작이 아닌지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의 발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이 잦아졌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지난주 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달러가치를 높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며 노골적인 환율개입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을 두고 미국이 무역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12일부터 7거래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까지 치닫는다면 우리 경제는 설상가상이다. 환율 방향성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미국의 약달러 정책이 표면화해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경쟁력 확보에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표적이 된 자동차와 철강 등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 상승은 자본이탈 방지와 수입물가 상승 억제 같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금의 수출 외끌이 성장구조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달러 약세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나 다름없다. 내수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그나마 버텨준 수출마저 통상·환율전쟁에 흔들린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종국에는 환율전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효과가 의심스러운 소득주도 성장에 매달려 자원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성장엔진을 데우도록 혁신성장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