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주주행동주의로 이목을 끈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플랫폼)의 맥쿼리자산운용을 향한 보수 인하 주장이 일부 주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맥쿼리 운용 측은 이에 맞서 보수 인하가 아닌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이르면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맞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맥쿼리펀드의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가 최근 맥쿼리운용에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낮추자고 제안했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플랫폼의 문제 제기 이후 내부검토 결과 맥쿼리펀드가 투자한 유료 도로 등은 초기 투자 당시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운용역량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수가 내려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맥쿼리펀드는 3월 말 기준 영국계 기관투자자인 뉴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가 8.2%로 최대 주주고 한화그룹과 신영자산운용이 각각 6.1%를 갖고 있으며 맥쿼리그룹도 3.6%를 들고 있다.
플랫폼 측은 맥쿼리펀드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의 보수를 10분의 1로 줄이지 않으면 운용사를 바꿔야 한다며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플랫폼은 맥쿼리펀드의 지분 3.17%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3% 이상의 주주가 요구하면 한 달 이내에 이사회를 열어 주총 개최를 결의해야 한다. 플랫폼은 다른 증권사 등과 주식 맞교환 형식으로 약 1.79%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최대 4.99%의 지분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맥쿼리펀드 측은 주총을 열 계획이다.
플랫폼 측은 맥쿼리펀드가 투자한 유료 도로(11개)와 항만(1개)이 초기 투자 과정에 많은 역량이 필요하지만 이후 10년 이상 큰 변화 없이 안정적 수익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관계자는 “맥쿼리 그룹이 전 세계에 8개의 인프라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2012년 이후 7개 펀드가 보수를 아예 없애거나 낮췄다”며 “국내 맥쿼리펀드만 12년째 처음 정한 보수구조와 운용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쿼리보다 규모가 큰 캐나다의 브룩필드는 유럽과 인도 미주에 36개의 다양한 인프라 자산에 투자했지만 국내에 도로 위주로 투자한 맥쿼리 펀드와 보수 조건이 비슷하다. 이에 대해 맥쿼리운용 측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처해야 하고, 기대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 등 그동안 쌓은 민자사업 투자 역량을 국내외 다른 운용사가 따라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맥쿼리운용도 더 이상 국내에 민자사업 기회가 적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맥쿼리운용 관계자는 “정부를 설득해 투자 대상을 사회적인프라로 넓히는데 합의했다”며 “앞으로는 도시가스를 비롯해 태양광·풍력 등 수익률이 높고 역량이 필요한 자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