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드]원화·대만달러 등 불안 도미노...亞 경제까지 경고등

■위안화 약세, 亞통화 게임체인저로
中 의존도 높은 亞 통화에 영향
신흥시장통화지수 10% 급락
韓·대만·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무역전쟁 격화될수록 수출 타격


미중 환율전쟁에서 ‘태풍의 눈’인 위안화 가치가 아시아 통화의 흐름을 바꿔놓을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올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과 ‘P(정치) 리스크’로 촉발됐던 신흥국 통화위기가 미중 무역전쟁과 위안화 약세가 이끄는 2차 리스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의 통화가치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비교적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던 한국 원화와 대만 및 싱가포르달러화 등이 위안화 약세에 취약성을 드러내며 급격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아시아 시장과 경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는 금융시장과 경제에 압박을 받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원화와 대만달러·싱가포르달러 등이 위안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면서 최근 들어 취약한 통화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트릭 즈웨이펠 픽텟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통화가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앞서 나타난 신흥국 통화위기의 전염 효과 때문이 아니라 무역 긴장과 대중국 노출, 위안화 약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통화의 기준점 역할을 해온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시아 통화를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가우라브 사롤리야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도 “원화와 대만·싱가포르 통화가 위안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운명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와 대만·싱가포르달러 외에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 심지어 엔화까지 위안화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JP모건 신흥시장통화지수는 올 초 고점에서 10% 넘게 급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도 16%가량 추락했다.

중국 외환교역센터(CFETS)에 따르면 ‘CFETS 위안화환율지수’는 지난 6월 이후 3% 하락했다. 위안화와 주요 무역 상대국의 환율 대비 위안화 가치를 측정한 CFETS 위안화환율지수는 한국과 대만·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41%를 차지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통화가 위안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크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아시아 지역 수출에도 악재가 되면서 이들 국가 경제에 적잖은 피해를 예고했다. 위안화 약세는 통상 중국 수입업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아시아 지역 수출을 약화시키는데 아시아 경제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당사국이 아닌 한국·대만·헝가리·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글로벌 ‘공급 사슬’에 연계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글로벌 무역분쟁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며 “이들은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수입 비용은 올라가고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주 말 달러화 강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판적 발언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소식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섰다. 23일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을 8거래일 만에 달러당 6.7593위안으로 전 거래일보다 0.12% 낮은 수준에서 절상한 점도 아시아 통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환율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중국 외교부도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을 늘리는 일은 없다고 반박하며 불붙었던 환율전쟁 우려는 다소 진정된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이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지는 불투명하다. 위안화 가치는 앞서 20일 장중 달러당 6.8위안을 돌파하며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본유출 가능성이라는 위험요인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에 따른 자국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고 수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