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찬 네이처셀(007390)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네이처셀의 줄기세포 경쟁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왔지만 정작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기술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라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바이오스타그룹이 공식 발표한 줄기세포 기반 신약 파이프라인(후보군)은 10종에 이른다. 바이오스타그룹 산하에는 네이처셀, 알바이오, 바이오스타코리아 등이 있고 라 대표는 이 회사들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바이오스타그룹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버거씨병 치료제부터 치매 치료제, 항암제 등 사실상 지금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질환이 대상이다. 앞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신약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거나 여전히 개발 중인 분야다. 파이프라인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줄기세포 전문기업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0종의 신약 파이프라인만 봐도 상식적인 바이오기업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줄기세포 분야에서 10종의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스타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네이처셀의 지난해 매출이 27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약 1종에 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충당하는 것만으로도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13.7년에 이르고 성공 확률은 1%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약 개발에 착수했다는 것과 성공했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며 “신약의 최종 승인은 각국 의약품 허가당국이 환자의 안전성과 효능, 경쟁 제품 대비 경쟁력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10종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꿈의 영역’이다.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2012년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성공해 연매출 1조원대의 ‘K바이오’ 대표주자로 올라섰다. 글로벌 바이오기업도 수도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신 분야에서 이정표를 세운 셀트리온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올 들어서야 5종으로 늘었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도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을 통해 지난해 세계 최초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상용화했다. 유전자 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함께 3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현재 통증 치료제와 항암제를 합쳐 모두 2종을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하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전문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 세계 첫 줄기세포 심근경색 치료제를 개발한 파미셀(005690)은 간경변 치료제 ‘셀그램-리버’를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갖고 있다. 메디포스트(078160)도 2012년 세계 첫 줄기세포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을 출시한 데 이어 신생아 폐이형성증 치료제 ‘뉴모스템’과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 중이다.
네이처셀은 지난 5월 줄기세포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임상 3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임상시험 계획서만 기준에 맞게 제출됐다면 승인은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상용화를 최종 결정하는 시판허가는 기존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단계별 임상시험 승인은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식약처도 계획서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식약처가 조인트스템의 조건부허가 심사에서 임상 2상 결과를 ‘총체적 부적격 의약품’으로 판단한 만큼 조인트스템의 상용화는 당분간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이처셀의 주장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줄기세포 기술력을 갖췄다면 상용화에 앞서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다시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에 나서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이라는 평가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네이처셀은 국내 법규와 제도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해 기술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라 주장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줄기세포 치료제 9종 중 4종이 국산일 정도로 국내 줄기세포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신약 기업의 경쟁력은 상용화나 기술수출로 평가되는데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이 같은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네이처셀의 근본적인 기술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