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대표들이 23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2차 임시회의에 참석해 의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이 ‘사법농단’ 문건 410건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228건을 공개하라고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3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임시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공개 대상과 방식은 공개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대표회의는 이 같은 내용의 의결안을 전자문서 형태로 24일 대법원장에 전달할 방침이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됐다고 의심되는 문건 410건 중 98건만 공개했다. 중복 문건 84건을 제외한 나머지 228건은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대표판사들은 문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일부 문건에 대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법원이 문건을 공개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문건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다수 대표판사들이 반대의견을 냈다.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공개주체인 법원행정처가 필요한 조치를 한 후 공개하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대표판사들의 의결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표판사들의 의결이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판사들은 문건공개 외에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인선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도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우선 ‘대법관·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가 후보자에 대한 서면 또는 대면 질의·응답을 통해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지명권을 가지는데, 대법관의 경우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지명한다. 대법관 인선과정에서 추천위원회는 심사에 사전 동의한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자료를 통해 심사를 한다.
헌법재판관의 경우는 별다른 규정이 없어 그동안 대법원장이 인선절차 없이 독자적으로 지명권을 행사했다. 다만 오는 9월 취임하는 신임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지명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대표판사들은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질의·응답 절차를 통해 심층적인 인사검증을 하자는 차원에서 ‘대면 질의·응답’ 절차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또 대표판사들은 후보자들이 제출한 인사자료를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 올려 국민에게 의견을 수렴하고, 대법원장 1인의 의사가 반영될 가능성이 큰 추천위원회의 인적구성을 개선할 것도 의결사항에 담았다. 아울러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담당자 등이 소속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를 후보로 천거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의결사항에 추가해 대법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외에 2019년부터 지방법원 항소부 일부를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판사 3인으로 이뤄진 대등재판부로 구성하도록 하는 방안과 각급 법원에 판사의 사무분담을 위한 사무분담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함께 의결됐다.
반면 대법관·헌법재판관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행정지원을 금지하는 방안은 안건이 철회되면서 논의되지 못했다. 또 지방법원장 보임과 관련된 안건은 대표회의 내에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따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