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체험기 라이프까톡]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면 가운데 얇은 구멍 뚫어 '알덴테' 살려…매콤한 뒷맛 매력적


파스타 요리의 핵심으로 통하는 이탈리아어 ‘알덴테(al dente)’는 약간 덜 삶은 듯한 식감을 뜻한다. 길쭉한 국수 모양의 파스타인 스파게티의 경우 이빨로 끊어보았을 때 가운데 덜 익은 하얀 심이 남아있는 상태면 딱 알덴테라고 한다. 길이도, 두께도 모양도 다양한 파스타는 제품마다 삶는 시간이 제각각이지만, 파스타 봉지 뒷면에 적힌 삶은 시간을 준수하면 어떤 파스타든 집에서도 알덴테로 삶아낼 수 있다.

최근 국내라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인자 농심(004370)이 새로운 전략 제품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시식 간담회’까지 열었다. 주인공은 바로 ‘스파게티 토마토(사진)’다. 과연 농심은 진짜 스파게티의 ‘알덴테’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구현했을까?

패키지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시판 중인 스파게티 컵라면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차이가 한눈에 느껴졌다. ‘라면’ 하면 떠오르는 구불구불한 튀긴 면이 아니라 미끈하게 쭉 뻗은 면발들이 마치 새 둥지 모양으로 뭉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면의 색깔도 노르스름한 파스타면 그대로다. 그 위로 분말 수프와 올리브유 봉지가 올려져 있다. 농심이 왜 ‘라면’이 아닌 ‘면 간편식’이라고 제품을 소개했는지 알 것 같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5분을 기다린 뒤, 물을 조금만 남긴 채 따라 내고 분말 수프와 올리브유를 뿌려 잘 비볐다. 용기 뚜껑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물을 따라내면 되는데, 용기를 90도 각도로 기울이면 스파게티를 비비기에 적당한 만큼의 물이 남도록 용기를 설계했다고 한다. 익혀놓고 보니 정말 길쭉하고 통통한 파스타 면과 다른 점이 없었다.

‘4분 정도 익혔다면 딱딱해서 먹을 수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면은 꼬들꼬들한 식감을 냈고, 소스의 맛은 이탈리안 파스타보다는 케첩이 들어간 일본식 파스타인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연상시킨다. 새콤달달하면서도 뒷맛은 매콤한 고춧가루의 향이 감돌아 입맛을 당겼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저녁, 그렇다고 라면은 먹기 싫을 때 종종 생각날 만하다.

농심은 알덴테의 스파게티 면을 만들기 위해 기술력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실제 스파게티를 만드는 주재료인 ‘듀럼밀(durum wheat)’를 사용했다. 문제는 듀럼밀이 밀 가운데 가장 단단해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그동안 스파게티 면을 활용한 라면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다.

농심은 면 가운데 얇은 구멍을 뚫어 익는 시간을 줄인 ‘중공면’ 특허 제조 기술을 활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실제로 스파게티 토마토의 면을 이로 끊어보니 가운데에 바늘귀처럼 얇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두에 언급한 ‘하얀 심’을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알덴테’를 구현한 셈이다. 두껍고 미끈하게 뻗은 면을 용기 안에 담는 것에도 기술이 들어간다. 새 둥지 모양으로 면을 뭉쳐 뜨거운 바람에 돌려가며 말리는 ‘네스팅 공법’이 그 비결이다. 이 공법은 농심의 또 다른 건면 제품인 ‘둥지냉면’에도 적용됐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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