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국민 천거에도… 씨가 마른 여성 헌법재판관 후보

피천거인 65명 중 노태악·김창보 등 36명 심사 동의
여성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이 유일
"김명수 국민 천거 후 유리천장 더 두꺼워져" 지적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사진제공=대법원

오는 9월19일 퇴임 예정인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 후보가 36명으로 좁혀졌다. 유력 대법관 후보자로 거론됐던 노태악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을 비롯해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윤준 수원지방법원장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여성 후보는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본인 몫이던 지명권을 내려놓고 사상 처음으로 국민 천거를 실시했지만 여성을 향한 유리천장은 오히려 더 두꺼워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헌재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포함해 개인·법인·단체로부터 재판관 후보를 추천받은 결과 총 65명이 천거돼 이 중 36명이 심사에 동의했다고 24일 밝혔다. 현직 법관이 25명을 비롯해 변호사 6명, 대학 교수 4명, 헌재 헌법연구관 1명 등이 포함됐다. 명단에는 차기 유력 대법관 후보로 꼽혔던 노 법원장의 이름도 있다.

특히 36명의 후보 가운데 여성 후보는 고작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번이나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 수석부장판사가 유일한 여성 후보다. 국민 천거 과정에서부터 이미 피천거인 65명 가운데 여성은 4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3명은 심사를 받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과정에서 후보추천위를 구성하고 국민 천거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헌법재판관 9명에 대한 지명권을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씩 나눠 가졌다. 9월19일 퇴임하는 5명의 재판관 가운데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의 후임 지명은 국회 몫이지만 이 헌재소장과 김 재판관 후임은 대법원장의 몫으로 돼 있다.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의지에 힘입어 지난 4월 법원이 지명 방식을 개선했다.

법조계에서는 국민 천거의 취지는 좋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여성 등 소수자가 소외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여성은 이선애 재판관이 유일하다. 역대로도 2003년 전효숙 재판관, 2011년 이정미 재판관을 포함해 총 3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여성 대법관보다도 한참 적은 숫자다. 대법관의 경우 현 노정희 후보자가 최종 임명되면 13명 중 사상 최다인 4명을 여성으로 채우게 된다.

대법원은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심사 동의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6명 이상의 후보를 추릴 계획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들 가운데 2명을 후임 재판관으로 최종 지명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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