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근교 라피나 마을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가옥까지 집어삼키는 산불을 우려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피나=로이터연합뉴스
재해 수준의 폭염이 북반구 전체를 덮쳤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동아시아는 물론 북아메리카·유럽에서도 산불·일사병 등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폭염은 편서풍이 평년보다 북쪽에서 불어 남쪽의 더운 기단이 확장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어 국제사회가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온 상승이 이어지는 것은 물론 국지성 호우와 해수면 상승 등의 ‘재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각국 외신들에 따르면 폭염이 북반구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전날 일본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의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인 41.1도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8일 최고온도가 섭씨 52도까지 올랐던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40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 알제리의 수은주는 51.3도를 찍었으며 7월 평년기온이 21.5도인 북유럽의 스웨덴에서도 30도 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상폭염은 재해로 번지고 있다.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해양도시 키네타에서는 이날 산불이 발생해 최소 60명이 사망했다. 그리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했다. 13일 발생한 미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산불도 3,000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덥고 건조한 날씨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는 지난 엿새 동안 온열질환 추정 증세로 94명이 숨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4일 전했다.
북반구 각국에서 숨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는 것은 올봄부터 편서풍이 평년보다 북쪽에서 흐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쪽의 찬 기단이 편서풍에 막혀 남하하지 못하는 사이 북태평양고기압 등 남쪽의 더운 기단이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편서풍을 타고 온 고온의 티베트 고기압이 북태평양고기압과 합세해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2016년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400ppm을 초과해 80만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6~7월의 이상기후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온실가스 증가와 일관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히사시 도쿄대 교수는 “평년보다 1도 높은 현상이 (올 들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관측사상 가장 높은 온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재앙적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오는 10월 발표할 예정인 온난화 예측 보고서를 입수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어지면 지구 온도는 10년간 0.2도씩 상승해 2040년에는 산업혁명기인 1880년대보다 1.5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 결과 1회 강우량은 지금보다 10% 늘어나고 해수면 상승과 동식물 멸종도 잇따를 것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영국·일본 등 각국 기상당국은 기록적인 폭염이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기단이 겹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길게는 9월 초순까지 폭염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