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이슈] 동시 출격 '라이프'vs'사생결단 로맨스', 무엇이 같고 다를까


의학드라마가 두 편이나 동시에 찾아왔다. 누군가의 죽음을 시작으로 시스템을 파헤치기 시작한 ‘라이프’, 우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를 예고한 ‘사생결단 로맨스’. 단순히 병원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넘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각각의 매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라이프’는 의사가 가야 할 길에 관한 뚜렷한 기준이 있는 응급의료센터 전문의(이동욱 분)와 대기업 출신 전문경영인으로서 의료기관과 기업을 똑같이 운영하려는 신임 사장(조승우 분)을 필두로 병원 안 여러 군상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충돌하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

마찬가지로 이날 방송된 MBC ‘사생결단 로맨스’는 호르몬에 집착하는 내분비내과 의사(이시영 분) 승부욕의 화신인 신경외과 의사(지현우 분)를 연구대상으로 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아냈다. 호르몬에 다친 남자와 집착하는 여자의 관계에서 오는 웃음과 로맨스가 주된 내용이다.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많았다. 지난해 방송된 MBC ‘병원선’, SBS ‘낭만닥터 김사부’도 병원을 배경으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받았고, 의학드라마는 웬만하면 평균 이상은 한다는 인식이 많다. ‘라이프’와 ‘사생결단 로맨스’는 기존 의학드라마와는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흥미로운 건, 두 작품이 내세운 장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라이프’는 ‘비밀의 숲’으로 법조계 내부 비리를 폭로하며 장르물의 새 장을 연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때문에 방송 전부터 날카로운 펜촉으로 거대한 의료계를 어떻게 담아낼지 기대를 모았다. 첫 회에서 알 수 있듯, 수술대 위의 이야기보다는 수술실 밖에서 의사들이 벌이는 권력 싸움과 암투를 조명하고 나아가서는 병원의 시스템을 파고들 것을 예고했다.

‘사생결단 로맨스’도 흔히 보던 외과에서 조금 시선을 달리해 호르몬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의 직업적 특성보다는 그 사이에 생기는 감정의 교류를 파고든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 이창한 감독과 tvN ‘치즈인더트랩’ 김남희 작가가 의기투합한 만큼 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로맨스가 펼쳐질 것을 짐작케 했다.

두 작품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도 차이가 났다. ‘라이프’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대학병원 원장의 죽음에서 시작돼 이를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감정과 사망에 얽힌 음모와 이해관계가 촘촘한 거미줄처럼 엮여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만큼 다소 복잡하다는 평도 있으나, 반대로 긴장감이 넘치고 갈수록 더 기대된다는 호평이 많다.

‘사생결단 로맨스’는 분노조절장애 의사와 호르몬에 집착하는 의사의 앙숙 케미가 눈길을 끌었다. 호르몬에 집착하는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이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 이유가 호르몬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는 밀착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선하고 유쾌한 상황이 드라마적 재미를 담당했다.

첫 회에서는 4.3%를 기록한 ‘라이프’가 4.1%를 기록한 ‘사생결단 로맨스’ 보다 조금 앞섰지만, 둘 다 위독한 환자와 긴박한 수술 장면을 중점으로 하는 전형적인 의학드라마에서 벗어났음은 분명했다. 두 작품 모두 신선하고 흡인력 있다는 평을 얻은 데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합격점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가운데, 앞으로도 각각의 색을 유지하면서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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