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은 정부가 수요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전력 사용량은 지난해 세웠던 8차 전력수급계획의 올해 최대수요 예상치 8,750만㎾는 물론 이달 5일 발표한 하반기 예상치 8,830만㎾를 400만㎾ 이상 웃돈 것이다. 지금이 전력수요의 정점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아직 한여름이 끝나려면 한 달 가량 남았고 전력 극성수기인 8월이 되면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DR 발령이 이전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력수요는 미래로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계는 물론 가계의 전기 사용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전력이 부족하다고 기업에 부담을 지우거나 원자력발전소를 황급히 돌리는 편법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년 뒤 원전을 줄이는 정부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상황은 이보다 더 엄중할지 모른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은 재검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