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키네타에서 시뻘겋게 번져오는 산불을 24일(현지시간)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키네타=AFP연합뉴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그리스에서 최악의 산불 피해로 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산불이 놀랄만한 속도로 번지면서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도 아테네 외곽의 서부와 북동부 해안 도시에서 잇따라 대형 산불이 번져 24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최소 74명, 부상자는 약 200명에 달하고 있다. 실종자 신고도 빗발치고 있어 인명 피해는 더 불어날 개연성이 크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 2007년 7∼8월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에비아 섬 일대를 휩쓴 산불 피해를 능가, 수십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게 됐다. 11년 전 산불로는 70명 가까이 숨진 바 있다.
이번 산불의 희생자는 아테네에서 북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해안도시 마티 일대에 집중됐다. 현지 관영 ANA통신에 따르면 24일 오전 마티 해안 인근에서만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사체 26구가 바다에서 불과 15m 떨어진 지점에서 한꺼번에 발견돼 화재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하룻밤 사이의 불로 이처럼 희생자가 속출한 것은 시속 100㎞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주택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기 때문이라고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불길과 연기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집을 버리고 자동차로 탈출한 주민들 상당수가 속수무책으로 차량에 갇힌 채 목숨을 잃었다.
야니스 카파키스 시민보호청장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시속 100㎞로 분 강풍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고했다. 대다수의 주민은 놀랄만한 속도로 불길이 번져 삽시간에 주변이 불타자 무작정 해안으로 피신했고, 일부는 등 뒤에까지 다가온 화염을 피해 무조건 바다에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안경비대와 어선 등이 해안에서 구조한 사람은 700명에 육박하고, 바다에서 건져 올린 사람도 19명에 달한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마티가 연금생활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휴양객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휴양지라,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재빨리 불길을 피하기 어려웠던 것도 피해가 커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그리스에 섭씨 40도가 넘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것도 산불의 빠른 확산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화재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당국은 이날 아테네 외곽에서 여러 건의 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에 비춰 이번 산불이 방화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디미트리스 차나코풀로스 정부 대변인은 “아테네 근교의 서로 다른 세 지점에서 총 15건의 화재가 동시에 시작됐다”며 수상한 움직임을 적발하기 위해 미국에 드론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