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부터 대형마트와 시장상인회 간 합의로 ‘평일 의무휴업’을 시행해온 하남시가 마트 노조의 요구로 다시 ‘휴일 의무휴업’ 전환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부터 골목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대형마트에 대해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단 지자체가 마트·소상공인 등 이해 당사자와 합의하면 평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하남시는 앞서 이해 당사자 간 합의를 거쳐 2014년 5월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바 있다. 휴일 의무휴업이 소비자 편익 침해는 물론 전통시장 상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25일 하남시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대형마트·시장상인회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의 핵심안건은 현재 평일로 돼 있는 의무휴업을 공휴일로 바꾸는 것이다.
하남시가 급작스레 간담회를 여는 것은 해당 지역 마트 노조가 건강권과 휴식권을 이유로 휴일 의무휴업 전환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유권해석이 한몫을 했다.
법에는 마트 의무휴업 전환을 논의하는 이해 당사자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대다수의 지자체가 통상 골목상권(전통시장 등)과 대형마트 등으로 이해 당사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산업부는 이해 당사자의 범위에 외부 이해 당사자(상인 등)뿐 아니라 내부 이해 당사자(마트 노동자 등)까지 포함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하남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법은 물론 시 조례에도 노조를 이해 당사자로 보는 규정이 없어서다. 시는 산업부가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간담회 때 참관인 자격으로 대형마트 노조를 배석시킬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4년여간 시행해온 휴업일이 갑자기 바뀔 경우 시민의 혼란이 예상되므로 그에 따른 대비책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휴업땐 인근상권도 악영향인데…”
유통규제 실효성에 역행하는 노조
이미 40여곳 지자체 평일 휴업
“소비자도 이해당사자” 지적도
문제는 산업부의 유권해석으로 하남시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적지 않은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물론 마트 종사자(노조)를 제외하고 마트와 전통시장 간 합의를 거쳐서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40여곳의 지자체가 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 2회 모두 평일로 바꾼 지자체도 34곳에 이른다.
이들 지자체가 평일 의무휴업으로 바꾼 데는 소비자 편익은 물론 인근 전통시장 상인의 요구도 크게 작용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재래시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꾸로 전통시장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도 불편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공휴일 휴업이 인근 소상공인·골목상권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평일 의무휴업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유통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이는 가운데 오히려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충분히 주52시간근무제를 이행하고 있고 교대근무를 통해 휴일에 전혀 쉬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지 근로자 휴식권을 위해 유통서비스업의 특성, 소비자 편익, 지역상권 활성화 등을 무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가 이해 당사자라면 소비자도 이해 당사자”라고 비판했다./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