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자동차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가 최대 2조원이 넘는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은 현지 판매 차량의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달러당 1,135원의 환율을 적용해 추정한 결과 현대차는 약 1조4,400억원(12억6,735만달러), 기아차는 2조1,000억원(18억5,189만달러)에 달하는 관세부담액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2조2,360억원, 2조4,470억원(관세 25% 가정)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율이 10%로 하락해도 현대차는 1조910억원, 기아차는 1조 860억원을 부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 폭탄이 떨어지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초토화된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로 국내 시장(16%)과 맞먹고 기아차는 20%로 국내 시장(19%)보다 크다. 현대차는 지난해 4조5,700억원, 기아차는 6,6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대 2조원의 관세를 맞으면 현대차는 영업이익의 절반, 기아차는 적자로 추락한다.
문제는 관세 폭탄이 인기가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투싼은 지난해 미국에서 11만4,700여대가 판매됐다. 기본 가격이 2만2,550달러(2,560만원). 25%의 관세를 맞으면 6억4,680만달러(약 7,340억원)의 부담액이 생긴다. 기아 쏘울(11만5,700대)과 스포티지(7만2,800대)도 경쟁력이 급락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마침 현대차의 미국 판매 가운데 미국 생산 비중은 지난 2015년 65% 수준에서 올해 47%, 같은 기간 기아차는 41%에서 31%로 떨어졌다. 미국이 압박을 높이면 투싼, 심지어 기아 쏘울까지 생산라인이 옮겨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 국내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새긴다. 노조의 거센 반발은 물론 쏘울과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광주 지역의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 광주시는 이달 16일 미국의 전면 관세 부과로 50% 감산 때는 기업 600곳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3만2,0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을 국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하러 오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관세부과 대상국 가운데 한국은 미국을 놀라게 할 만한 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련한 방위분담금 문제를, 일본은 미북·미중 사이에 외교적 양보를 카드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끝낸데다 최근 철강 관세 대신 수출 쿼터(물량 제한)를 부과받았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관계자는 “북한 문제와 다른 무역 문제에서 미국이 양보한 부분도 많다는 점도 협상을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