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다음달에 확정하고 오는 9월 법 개정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보험업계가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보험사는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시 비용 증가 등을 피할 수 없어 결국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법 개정 절차에 본격 돌입하면 업계 의견을 다각도로 개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보험의 경우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인 특수고용직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등 9개 직종 48만명이 우선 해당한다.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는 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으로 높은 유지비용 부담을 또 하나 안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속설계사의 월 평균소득은 생명보험 317만원, 손해보험 254만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업계가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고용보험료 추산액은 약 435억원 규모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현행법상 근로자는 아닌 개인사업자다. 본사가 노동을 지휘·감독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업무상 부대비용은 전부 설계사들이 부담한다. 고용보험이 적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장 이들에 대한 부대비용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수당 차등 부과나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설계사를 밖으로 내몰 수밖에 없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의무화제도는 비용 부담을 느끼는 보험사에 이들과의 계약을 해지하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격”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정책이 외려 경력단절여성의 (보험설계사로서의) 재취업 기회 등을 빼앗는 등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약 23만명을 넘어섰던 보험 전속 설계사(생명·손해보험사 총합)는 지난해 기준 18만명가량으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수당이 높은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의 이탈 등 대외적인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도 있지만 고용보험 적용이 의무화하면 전속 설계사 하락세는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은 GA 등이 이탈 설계사를 유입한다지만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대형GA(설계사 500인 이상)도 피할 수 없다. 비용 증가로 고민한다면 결국 인위적인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호 대상자가 외려 피해를 입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각 당사자의 이익,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등을 다각도로 면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