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네이버, 액면분할 카드 던졌지만 시장은 '시큰둥'

신사업 확대에 3분기째 영업익 감소
반전 카드로 주식분할 결정했지만
공매도 급증 우려·증시 부진 겹쳐
효과 미미 0.67% 찔끔 상승 그쳐


네이버가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주가 하락 위기에 액면분할을 반전의 카드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실적 부진 우려가 나오지만 늘어난 매출액을 고려했을 때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 확대 영향이 큰 만큼 이익감소로 인한 주가 하락은 주식분할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상반기 삼성전자(005930)의 사례처럼 황제주의 액면분할은 공매도 급증으로 이어지고 주가 상승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전거래일 대비 0.67%(5,000원) 오른 75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2·4분기 영업이익이 2,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떨어졌고 지난해 3·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이익감소라는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지만 5대1 액면분할 발표를 통해 하락 위기를 상승으로 반전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네이버의 거래량은 22만4,190주로 지난 2월2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네이버의 영업이익 감소는 신사업 투자로 인한 비용 증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은 1조3,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는 네이버가 그동안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핀테크 사업 등의 인력 확충과 기술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콘텐츠 확보와 글로벌 확장에 4,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고 내년까지 스마트 콘텐츠에 총 6,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할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새로운 성장기회 모색을 위해 당분간 공격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떨어져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투자 확대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는 올해 하반기에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64억원으로 2·4분기 대비 소폭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3,121억원)와 비교하면 약 20% 감소한 것인데 2·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게 나온 점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 광고 사업이 전년 대비 40% 수준의 성장률로 20%대 성장을 기록 중인 구글을 크게 앞서 신사업 부문의 수익 기여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라인 페이 등 생태계 확장을 위한 비용 증가에 3·4분기에도 네이버의 수익성 하락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실적 우려로 인한 주가 하락을 진정시키기 위해 액면분할 카드를 던졌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당장 상반기에 앞서 액면분할을 한 삼성전자가 단기간 유례없는 공매도 폭탄을 맞고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 주당 가격이 비싼 황제주가 액면분할을 하면 거래량이 늘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액면분할 후 높아진 개인들의 투자 접근성을 기회 삼아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 물량을 단기간 집중해서 늘리기 때문에 약발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로 3거래일 쉬고 5월4일 5만3,0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총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량 비중이 5월11일 25.6%를 기록하는 유례없는 공매도 폭탄에 10거래일 만에 주가가 7% 떨어졌다. 이 기간 거래량은 급등했지만 늘어난 공매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날 종가 기준 4만6,900원으로 아직 액면분할 후 시초가와 비교했을 때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보다 영업이익 등 실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 삼성전자도 액면분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이번 액면분할은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중국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증시가 상반기보다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도 네이버의 액면분할 효과에 부정적이다. 액면분할로 시장 접근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주체는 결국 개인인데 최근 증시 부진에 신용거래융자가 급락하는 등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 의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와 같은 증시 부진으로 네이버의 공매도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은 25일 기준 8,604주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고 2월(2,949주)과 비교했을 때는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안 그래도 공매도 거래량이 늘고 있는데 액면분할까지 겹치면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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