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 수행비서 김지은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너 미투 할 거니’ 압박하며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개 진술에 나선 김지은씨는 “(성폭행 공개 이후) 저는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지냈다”며 “나만 사라진다면, 내 가족과 지인들의 괴로움을 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강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김씨가 공개적으로 피해를 밝힌 것은 지난 3월 5일 JTBC ‘뉴스룸’ 인터뷰 이후 처음이다.
김씨는 성폭행 피해 고백 이후, 16시간에 걸친 피해자 신문이 있었던 지난 6일 재판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신문을 받는 동안) 피고인(안 전 지사)은 내내 의도적으로 기침소리를 냈다”며 “그 때마다 저는 움츠러들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변호인 5명은 마치 5명의 안희정 같았다”며 “마치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신문을 받는 동안 8개월 동안의 고통이 16시간으로 압축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마치 제가 (안 전 지사를) 더 좋아해서 유혹했다고 하고 ‘마누라 비서’라는 단어까지 붙여가며 증인들은 의도적으로 거짓 증언했다”며 “저는 단 한 번도 안 전 지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품어본 적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사님은 그저 지사님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자신이 가진 권력을 너무나 잘 알고, 이를 이용한 이중인격자’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피고인은 차기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위세와 권력을 이용해 성을 착취했다”며 “그는 ‘내가 그렇게 잘생겼니’, ‘난 섹스가 좋다’, ‘난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지사를 ‘괴물’이라고 표현한 김씨는 “피고인은 마지막 범행일인 2월 25일 저를 불러 사과하면서도 ‘결국 미투하지 말라’는 압박을 가하며 또다시 성폭행했다”며 “피고인에게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다, 다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죗값을 받아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는 지난 3월 6일 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위계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4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권준영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