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욱 한강성심병원장 "화상부위 찬물로 식히려다 저체온증 올 수도"

"손 안 대고 병원으로 빨리 이송 최선
환자 생존율 높이고 후유증 줄이려면
성형·재활·심뇌혈관 등 통합치료 필요”

“유능한 화상외과 의사가 있다고 좋은 화상센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형외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는 물론 순환기내과·호흡기내과·심장내과·신경과·신경외과·정형외과 등과의 통합진료가 가능해야 생존율을 높이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화상외과 명의’로 통하는 전욱(50)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은 “승용차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목뼈(경추)가 부러지고 차에 화재가 발생해 화상을 입었다면 최소한 경추 수술을 할 신경외과 의사와 화상외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급증하고 있는 노인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자가 중증 화상을 입으면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증 등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심뇌혈관질환 응급시술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통합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뜨거운 물이나 화재로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는 어떤 응급조치가 좋을까. 그는 “가슴 등에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찬물로 환부를 계속 식히는 잘못된 응급조치를 하는 바람에 저체온증이 생겨 죽기 직전의 상태로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가급적이면 손을 대지 말고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히는 응급조치는 손 쪽에 화상을 입은 경우로 국한하고 물이 끓는 냄비 등을 엎어 손발 등을 덴 경우에는 씻지 말고 깨끗한 수건으로 덮은 뒤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전욱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장 /사진제공=한강성심병원

화상 수술·치료 과정에서 20년 전과 가장 달라진 부분은 뭘까. 그는 지난 2005년 인체조직관리법이 생기고 사체피부조직은행이 생겨 사체 피부를 이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이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덮어주는 개념이다. 그 전에는 가피 절제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화상 부위에서 혈관이 자라날 때까지 2주가량 기다렸다가 자신의 피부를 이식했다. 어린이가 광범위한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부모의 피부를 이식하기도 했다. 그는 “표피·진피가 있는 사체 피부 이식이 가능해진 뒤 체표면적의 30~80%에 화상을 입은 환자의 생존율이 2배까지는 안 되지만 매우 높아졌다”고 했다. 사체 피부, 자기 피부 이식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본인 부담도 많이 줄었다.


자기 피부 이식은 보통 1~2회면 끝난다. 1회에 체표면적의 25%까지 한다. 체표면적의 50%에 화상을 입었더라도 반은 스스로 낫는 2도 화상, 반은 3도 화상이라면 자기 피부를 한 번의 수술로 이식할 수 있다. 근육까지 손상되면 4도 화상을 입은 경우 손상된 근육이 재생되지 않는다.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많이 들이마시면 폐포를 막아버려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흡입화상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그 전에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하면서 기관지 내시경과 식염수로 폐포 등을 씻어내면 생명도 구하고 후유증·합병증도 거의 없다. 상태가 심해 일시적으로 폐·심장 기능이 정지된 경우에는 에크모를 활용해 살려내기도 한다.

그는 연구개발(R&D)에도 열심이다. 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특허권을 가진 ‘동결보존 무세포 동종 진피’는 지금도 화상 치료에 많이 쓰인다. 종잇장과 비슷한 동결건조 사체 피부와 달리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와 거의 비슷해 이식이 잘되고 효과도 좋다.

콜라겐 지지체와 표피·진피를 이루는 상피세포와 섬유아세포의 중간엽줄기세포 등으로 이뤄진 인공피부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3차원(3D) 세포 프린팅 기술로 손상된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간 블록(Hepatic block Scaffolds)’도 개발했다. 지방 유래 중간엽줄기세포와 줄기세포가 간기능을 하는 세포, 간을 구성하는 간세포나 혈관내피세포, 근육세포 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간 블록을 간 손상 모델 쥐에 이식해 간기능이 좋아진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그는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없앤 장기 이식용 형질 전환 돼지가 개발됐지만 면역 거부 반응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면역 조절 기능이 있는 인간 중간엽줄기세포를 돼지 간에 듬뿍 넣어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유인원에게 적용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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