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미국 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대 의사를 밝히자 백악관이 방문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폐막한 제10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초청 계획과 동시에 워싱턴 방문 의사가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청할 준비가 돼 있다. 그는 이미 초청을 받은 상태이며 나는 그에게 초청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워싱턴에 갈 준비도 돼 있다”면서 다만 “그곳에서 업무에 합당한 조건이 조성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중요한 것은 합당한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이며 우리 양국에서도 그러한 조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워싱턴에 초청하기를 고대한다”며 “공식 초청을 받으면 모스크바를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이후 미국 내에서 ‘저자세 외교’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은 미·러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와 전체 유럽 등과 연관된 문제들이 될 것”이라면서 ‘신전략무기감축 협정(New START)’ 연장 문제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정 연장과 관련해서 “오늘 협상을 시작하지 않으면 2021년에는 이 협정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버락 오바마 미 전임 행정부가 2010년 러시아와 체결한 것으로 양국의 보유 핵탄두를 1천550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1년 2월 초에 만료되며 양측의 합의에 따라 5년 기간 이하로 연장될 수 있다.
이밖에 시리아 내전,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 문제 등도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선거공약을 지키려는 트럼프의 노력은 큰 장점이라며 칭찬을 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 장점은 유권자와 미국 국민에 한 약속을 이행하려 애쓰는 것”이라며 “보통 선거 뒤에는 지도자들이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에 한 약속을 잊어버리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칭찬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