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이 29일 사실상 결정됐다. 숙의를 마친 시민참여단 500여명은 이날 설문조사로 최종의견을 제시했다. 2022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운명이 여기에 걸렸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이날 오후 충남 천안 교보생명 계성원에서 시민참여단 512명이 참여한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2차 숙의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시민참여단은 27일부터 2박3일간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심층 분석 토의를 진행하고 마지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일정은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시민참여 대입제도 개편 과정의 마지막 단계다. 이들의 설문조사 내용은 공론화위 분석을 거쳐 3일 국가교육회의로 넘겨진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간 뒤 8월 말 확정·발표된다. 절차는 몇 단계 남았지만, 교육부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만큼 이날 결정된 설문조사 결과가 사실상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새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 사안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 여부다. 대입제도 개편 논의는 앞서 정해진 4개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이중 3개 안(1·3·4안)이 현행처럼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안이고, 1개 안(2안)이 ‘수능 절대평가 전면 전환’을 담은 안이다. 진보 성향 교육·시민단체들은 “미래 교육과 맞지 않는다”며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변별력이 무너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수능 전형의 확대도 중요한 쟁점이다. 수능 위주인 정시 전형을 강제로 늘릴지, 수시·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길지가 주요 논점이다. 1안은 수능 전형을 ‘45% 이상’으로 강제하자는 안이다. 2, 3안은 ‘수시·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쪽이다. 4안은 수능 전형을 늘리되 비율은 정하지 않았다. 두 핵심 쟁점이 서로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복잡한 토론이 이어졌다. ‘수능 전형 45% 이상’이 담긴 1안을 제시한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토론회에서 “부유층을 위한 학종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전형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3안을 제안한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대학에서는 고교 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전형별 적정 비중은 현재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민참여단은 이같은 1·2차 토론 내용을 숙지한 뒤 각 시나리오별 지지 정도를 5점 척도로 매기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가 사실상 최종안이나 다름없다.
이번 논의와는 별개로 여전히 이번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 대한 비판 의견도 적잖다.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교육 개혁의 책임을 전문성 없는 일부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론화위는 성·연령·지역 등에 따른 분포를 고려해 ‘작은 대한민국’을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 전문가들도 어려운 대입 개편을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건 말이 안되는 처사”라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모든 정책 쟁점은 국민 투표로 정하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