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활성화 효자" 확산되는 '지역화폐'

공무원 급여·기업 회식 등 활용
역내 경제 성장에 긍정적 효과
포항선 작년 1,275억 팔리기도
전남페이·울산사랑상품권 등
미도입 지자체 속속 발행 추진

인천시 지역화폐인 인처너 카드(왼쪽 시계 방향)와 지난 5월 누적 판매금액 200억원을 돌파한 고령사랑상품권.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지난 2월 포항사랑상품권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경북 고령군청 공무원들은 매월 급여(기본급)의 6%를 고령사랑상품권으로 지급 받는다.

이 지역 일부 중·고등학교 등은 장학금과 각종 대회 시상금에 지역 상품권을 활용하고 있다. 몇몇 기업은 매월 200만~400만원의 고령사랑상품권을 정기적으로 구입해 비품 구입이나 직원 회식 등에 사용하고 있다. 상품권 구매 시 일정 비율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적립금액이 1만원 이상이면 상품권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고령에서 이처럼 고향상품권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지난 1999년 도입된 고령사랑상품권의 누적 판매금액은 올해 5월 200억원을 돌파했다. 인구 3만5,000명의 소규모 기초지자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군청 관계자는 “상품권 가맹점이 시장·음식점·마트·주유소는 물론 소규모 식품점, 병·의원, 학원 등 500곳으로 확대되면서 시민들이 거의 불편 없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고령사랑상품권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지역화폐’를 도입하거나 도입할 계획인 지자체가 늘고 있다.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자본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 머물면서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어서다.


현재 경북도 내에서 고향사랑상품권을 운영 중인 곳은 고령군을 비롯해 포항시, 칠곡군, 성주군, 청도군, 영양군 등 9개 시·군에 이른다.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포항으로 지난해 판매금액이 1,275억원에 이르고 올해도 1,000억원 상당의 포항사랑상품권을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가맹점 수도 1만3,200곳에 이른다.

전남도는 지역화폐인 ‘고향사랑 전남페이’와 ‘전남 새천년 상품권’ 발행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금융·정보통신(IT) 전문가와 소상공인 대표 등 10명 정도로 전남 페이 자문단을 구성하고 9월 중 추경 예산을 확보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새천년 상품권은 기초단체에서 발행하는 상품권과 중복·연계성을 고려해 광역 단위로 유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송철호 시장이 울산사랑상품권 발행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올 하반기부터 조례 제정 등 발행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구체적 형태와 발행 시기는 미정이지만 출산장려금과 청년수당 등 연간 300억원가량을 지역화폐로 발행할 계획이다.

경기도에서도 내년부터 지역화폐가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 발행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시행했던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지원 등 복지비용의 지역화폐 지급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달 초 경제실장을 단장으로 26명 규모의 ‘경기도 지역화폐 테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도입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역상품권인 ‘인처너(INCHEONer) 카드’를 발행한다. 지역상품권을 종이가 아닌 IC카드로 발행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돼 있고 휴대폰에도 탑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4일 인처너 카드 사업보고회를 연 데 이어 오는 31일 런칭 행사를 갖는다. /안동=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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