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텔링] 아이폰·갤럭시만 쓰는 당신에게 화웨이란?

中 제조사 4곳 점유율, '세계 1위' 삼성·LG 추월
삼성·애플·화웨이, 스마트폰 삼국지 본격 개막
모양·성능 비슷해 선택 고민…글로벌 판매량 첫 감소
4G 가고 5G시대 오면 글로벌 최강자 누가 될까?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애플이 양분하던 스마트폰 대전에 중국 제조사가 빠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경제썸 팀이 골판지로 만든 글로벌 스마트폰 3사의 최신 스마트폰 모습.

중국산 스마트폰은 오랜 기간 모방과 ‘짝퉁’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애플이 지난해 11월 아이폰X을 출시한 뒤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애플의 신제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노치 디자인’(스마트폰 상단 화면 일부가 파인 형태)을 적용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중국 제조사들이 잇따라 내놓은 거죠. 화웨이(Huawei) P20, 샤오미(Shao Mi) Mi8, 오포(Oppo) A3, 에이수스(Asus) Zenfone5 등 제품이 발표됐을 때 하나같이 ‘아이폰X과 많이 닮았다’는 조롱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만 따라서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제품에서는 애플 아이폰X보다 개선된 사양을 보여주기도 했죠. 이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입니다. 후발주자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 삼성전자 등 선두 제품들을 따라 만들면서도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한 겁니다.

스톱모션 영상으로 보는 ‘스마트폰 삼국지’


■‘가성비’ 넘어 ‘갓성비’… 중국 스마트폰 공격 시작

올해 6월 샤오미가 공개한 Mi8 스펙을 보죠. 디스플레이는 아이폰X보다 큰 6.21인치에다 전면 카메라도 2,000만 화소로 아이폰X의 700만 화소를 넘어섰습니다. Mi8은 아이폰X의 감성까지 많은 부분이 닮았지만 가격은 2,699위안(약 45만원)으로 아이폰X 999달러(약 113만원)의 40% 수준에 불과하죠. ‘가성비’를 넘어선 ‘갓성비’에 온라인 예약 판매 시작 37초 만에 품절 되기도 했습니다.

비보(Vivo)는 세계 최초 지문인식 내장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한 X21UD를 올 3월 출시했습니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신제품 소식이 나올 때마다 지문인식 내장 디스플레이 탑재 루머가 나왔지만 결과는 중국 제조사가 먼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삼성은 내년 출시할 갤럭시 S10에서 화면 일체형 지문인식 기능을 선보일 전망입니다. 중국이 1년 가까이 앞선 셈이죠.

화웨이는 세계 최초 후면 카메라가 3대인 트리플 카메라 시대를 열었습니다. 광각, 망원렌즈와 흑백 센서가 부착된 렌즈로 구성돼 있습니다. 프랑스 카메라 분석평가사이트 DxO마크는 올 3월 출시된 P20 프로가 모바일 카메라 부문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삼성과 애플은 트리플 카메라를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10이나 아이폰X 후속작에 탑재할 예정입니다. 이제는 애플과 삼성이 중국 제조사를 추격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세계 최초 트리플카메라 폰인 중국 화웨이의 P20 pro.

멀리서 보면 애플 아이폰X와 쏙 빼닮은 중국 샤오미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 Mi8.

아이폰X와 닮았지만 지문인식 내장 디스플레이까지 지닌 중국 비보의 X21UD.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 제치고 삼성 위협


스마트폰들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하고 모양과 성능이 비슷해지면서 고객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5년 이후 정체기에 들어서며 역성장하고 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4억8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습니다. 판매량이 감소한 건 스마트폰 출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다른 업체들의 판매량은 정체됐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중국산 제품들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올해 1·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조사 결과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4개 제조사의 점유율이 30%로, 한국 제품 점유율 20.5%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개별 휴대폰 제조사를 놓고 보더라도 중국의 추격세는 위협적입니다. 화웨이는 올해 2·4분기에 스마트폰을 출시한 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제쳤습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4%로 7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시장을 차례로 중국에 빼앗기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화웨이 연구개발(R&D) 투자 현황 / 김병선 기자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연구개발(R&D)에 있습니다.

화웨이는 2017년 매출 925억달러(약 100조원) 중 15%인 15조원을 R&D에 쏟아부었습니다. 금액 규모는 삼성전자(16조 8,000억원)와 비슷하지만 매출액 대비 비율은 2배나 높습니다. 미국 아마존과 구글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이고,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는 규모가 더 큽니다.

화웨이는 총 18만명 직원 중 연구자만 8만명입니다. 44% 수준이죠. 화웨이는 중국 선전 본사와 함께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등 14개 지역 대규모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2013년부터 타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대거 사들이며 특허전쟁에 돌입했습니다. 올해 4월 화웨이는 통신 관련 특허가 7만 4,307건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중 90%가 R&D를 통해 얻은 발명 관련 특허입니다. 중국 스마트폰은 이제 중저가폰을 넘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내구성·보안 취약한 중국 스마트폰…삼성·애플의 반격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도 할 말은 있습니다. 제품 내구성이나 보안, A/S 등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스마트폰은 무베젤 비율이 더 높고 디스플레이도 큼직하지만 내구성은 떨어집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S9 시리즈는 무베젤 비율이 84.2%에 그쳤지만, 낙하 테스트에서는 스마트폰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IP68의 세계 최강의 방수방진 기능을 자랑합니다. A/S나 제품 업데이트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9일 공개하는 갤럭시 노트9를 통해 블루투스 탑재 S펜과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Bixby) 2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특히 한층 강력해진 S팬의 성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강조하는 애플도 애플뮤직이나 앱스토어 등 강력한 콘텐츠로 무장해 단단한 콘크리트 팬층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안 측면에서도 애플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강력합니다.

노란 ‘S펜’이 강조된 삼성 갤럭시 노트9 랜더링 이미지.

LG전자는 오는 10월 V40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후면 트리플카메라, 전면 듀얼카메라 등 총 5대의 카메라 렌즈가 내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아이폰과 갤럭시가 양분하던 스마트폰 전쟁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한·미·중 스마트폰 삼국지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애플, 삼성, 화웨이뿐만 아니라 구글과 LG전자, 샤오미, 소니 등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저마다 개성으로 스마트폰 대전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죠. 특히 올해 9월 선보일 아이폰X 후속작을 통해서는 6.5인치 대화면 아이폰과 합리적 가격의 6.1인치 아이폰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과 높은 가격에 구입을 망설였던 신규 고객들을 노린 전략입니다.

내년부터는 4G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5G 통신장비 시장도 현재까지는 화웨이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안 문제도 여전한데다 삼성전자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원한 1등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이 세계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강신우·정가람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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