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을 통해 서울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할 수 없는 근거 논리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신혼희망타운 등의 공급을 위해 서울 내 일부 그린벨트 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국토교통부와 또 다른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서울시와 국토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계기로 용산·여의도 개발에 이어 표준지 공시지가 결정권한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한 시의 입장을 정리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시의 의뢰로 올해 3월부터 진행된 연구의 주요 내용은 ‘그린벨트 해제가 서울시의 정책 기조와 맞는지’ ‘서울 내 주택 수요를 감안했을 때 꼭 필요한 것인지’ 등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국토부와의 협의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연구 결과 및 반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서울시의 입장은 기존 방침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은 개발보다 보존을 중시하는 박 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위치·지형 등을 감안하면 그린벨트 안에 실제로 개발 가능한 땅이 많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입지가 우수한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왔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들을 중심으로 시세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면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더욱 필요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급을 외면한 채 수요 억제에 치우친 정책만을 펴 시장 상황이 다시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에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남춘 인천시장이 박 시장과 함께 신혼희망타운 10만가구 공급을 위한 수도권 택지 확보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까지 풀어 서울시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 시가지 내에서 공급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기본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있지만 2016년부터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면적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됐다. 또한 국토부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어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