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취업 비리' 전직 위원장·부위원장 구속…"혐의 소명"

정재찬·김학현 영장 발부
신영선 前부위원장은 기각
퇴직간부 17명 특혜취업 알선 혐의

공정거래위원회 퇴직간부들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30일 구속됐다. 검찰이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신영선 전 부위원장은 영장이 기각됐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날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 전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처럼 판단했다. 김 전 부위원장의 구속 여부는 그가 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함에 따라 서면 심사로만 결정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공정위 4급 이상 퇴직간부 17명의 특혜성 채용을 알선하는 데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 26일 정 전 위원장 등 공정위 전직 장·차관 3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는 ‘퇴직자 관리 방안’ 문건을 내부적으로 작성해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들의 ‘재취업 리스트’를 작성하고 주요 대기업들을 상대로 이들을 고문 등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대상 기업에는 삼성, LG, SK 등 5대 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행정고시 출신 퇴직자의 경우 2억5,000만원 안팎, 비고시 출신은 1억5,000만원 안팎으로 연봉 가이드라인을 책정해 마치 산하조직을 다루듯 해당 민간기업들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자가 회사에서 물러나면 후임 퇴직간부에게 자리를 물려준 정황도 파악됐다.

기업들은 2년간 취업 기간을 보장하되 추가로 1년 더 근무 기간을 연장할지를 공정위에 의견을 물어 결정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간부들 취업 알선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으로 차례로 보고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장·차관급인 정 전 위원장 등이 해당 대기업에 공정위 간부 10여명의 특혜성 채용을 사실상 강요했다고 보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 외에 2013년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와 2016년 현대차 계열사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청탁해 취업을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따로 받는다.

한편 법원은 신 전 부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수집된 증거들의 내용 및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공정위가 취업을 대가로 채용 기업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한 게 아닌지를 의심하면서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퇴직자 재취업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 김동수·노대래 전 위원장으로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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