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김비서' 황보라 "망가지는건 내가, 멋진건 강홍석이 다했다"

/사진=UL엔터테인먼트

황보라의 코믹 연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과한 표정으로 오버스럽게 행동하는데 하나도 밉지 않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함께 있으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의 연기는 완전히 전성기에 다다랐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종영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황보라는 ‘자칭 골드미스’ 봉세라로 출연했다. 과한 자기애에 허당미를 갖춘 인물을 유쾌하게 소화해 웃음을 안기며, 양비서 역의 강홍석과 뜻밖의 러브라인까지 만들었다. ‘양봉 커플’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드라마의 웃음을 담당했다.

“첫 방송부터 빵 터졌는데 끝까지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양봉 커플’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끝나니까 시원섭섭하다”고 종영소감을 밝힌 황보라는 시종일관 밝고 털털한 분위기를 보였다. 작품 속 봉세라를 그대로 옮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실제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 현장은 상당히 유쾌다는데, 그 중심에 황보라가 있었다.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아서 ‘한잔하러 가야지’라며 뭉치게끔 만들었다. 초반에 촬영이 힘들지 않을 때 민영이나 서준이를 주축으로 어울렸다. 그래서 부속실의 팀워크가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작품은 팀워크가 좋아야 더 재밌게 잘 나온다. 애드리브를 쳐도 서로 잘 받아주게 됐다. 다들 이렇게 좋은 팀워크로 촬영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박민영은 제작발표회에서 황보라의 활약을 예고했다. 황보라가 첫 촬영이었던 회식 장면에서부터 자신의 몸을 던져 코믹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희생은 이후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배우들 모두 몸을 아끼지 않으며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덕분에 시청자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TV드라마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마지막 회에서 8.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황보라는 다른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조연들 중에서도 표예진 황찬성 이유준 강홍석 등 누구 한 명 굳이 말할 것 없이 감독님께서 다 살려주셨다. 한 장면이 나와도 돋보이게끔 해주셨다. 그래서 주연배우들에게만 치우치지 않았다. 덕분에 보는 맛도 더 있었고 시청률도 잘나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진=UL엔터테인먼트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봉세라는 원작에 없었던 인물이었다. 다른 캐릭터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있고, 저마다의 역할도 있는데 봉세라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황보라는 “감독님이 믿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애착을 가지시기에 믿고 했는데 너무 잘 써주셨다”고 또 다시 공을 돌렸다.

“부회장 이영준이 자기애가 있는 캐릭터다. 저는 봉과장을 여자 영준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과하거나 오버스러워도 리얼리티와 왔다갔다를 잘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망가지는 표정에 현실적인 대사로 밸런스를 조절해서 캐릭터를 맞춰나갔다. 온몸을 다 바쳐서 최선을 다했다. 나를 담당하는 리액션 카메라가 따로 있었을 정도였다.”


코믹함에 사랑스러움이 더해진 봉세라는 실제 황보라와 많이 닮았다. 황보라는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며 “본래 성격을 많이 가지고 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평소 사람들을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한 것을 써먹었다고. “특히 술주정 부분이 그랬다”며 “보통 일상에서 보이는 것들을 많이 접목시켰다”고 덧붙였다.

양홍석과의 러브라인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원래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없었는데 4~5부가 돼서 서서히 부딪히는 장면이 생기게 된 것. 황보라는 “설마”하면서 러브라인을 부정했지만 결국 둘의 로맨스도 결실을 맺었다. 황보라가 통통 튀고 과한 액션을 하면 양홍석은 묵직하게 밸런스를 맞춰서 재밌게 나올 수 있었다고.

“호흡은 너무 좋았다. 그 친구는 대사가 별로 없었고 저는 일부러 때리고 무지막지하게 하면서 케미를 맞췄다. 저는 원래 즉흥적으로 하는데 그 친구는 아이디어를 갖고 왔다. 그 친구의 아이디어에 맞춰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콜라 고백신에서는 실제로 트림이 나왔다. 정말 깜짝 놀랐고,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는데 강홍석이 옆에서 ‘누나 진짜 최고’라더라. 망가지는 건 내가 다 하고 멋있는 건 자기가 다 했다.”

결과적으로 작품도 캐릭터도 다 살았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맛을 살린 게 봉과장이라는 평도 많이 나왔다. 황보라는 “이번에 악플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봉세라만의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하나 만들어서 보고 싶다는 댓글, 또 이 드라마의 시청률 몇 프로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고 기억에 남는 반응을 전했다.

“그런 걸 볼 때면 책임의식이 든다. 지칠 때 힘이 되고 용기가 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사실 이런 경험이 없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부터 이런 것에는 도가 튼 사람이다. 평생 배우를 할 거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진=UL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자신의 연기 생활을 돌아봤다.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이 된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고, 중간에 공백기를 가지고 숨 고르기를 하기도 했다. 변화를 주기 위해 청순한 역할, 깊이 있는 역할을 찾던 그는 그때의 자신을 ‘헛 우물을 파고 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전 소속사 대표와 나눴던 전화 통화 내용을 언급했다.

“‘너 때문에 보고 있다’면서 ‘옛날에는 그런 역할을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얼마나 반응이 좋냐’고 말하시더라. 사람한테 다 맞는 게 있구나 생각을 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물론 자꾸 코믹으로만 빠지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도 생긴다. 그러나 황보라는 “한번 굳히고 싶다. ‘김비서’에서는 너무 웃기기만 했으니까 사연과 재미가 모두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희로애락이 담기고 히스토리가 있는 역할 말이다. 그러면 마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더 공감이 되지 않을까”라며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김비서의 황보라’ ‘왕뚜껑의 황보라’ 등 수식어가 남아있는데 뭐가 달리지 않는 그저 ‘배우 황보라’로 불리는 게 목표다. 예를 들어 김선아 선배님이 ‘품위 있는 그녀’에서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 것처럼. 연기의 스펙트럼을 점차 넓혀서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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