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이후 줄곧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라고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하려 한다며 낙인을 찍는 동시에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워 진보·보수 대결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이념투쟁을 강조해 보수 진영을 결집하고 당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튿날부터 꾸준히 국가주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학교 내 커피 자판기 설치를 금지한 점을 비판하며 “자율 가치를 중시하면 국가가 이런 데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30일에는 “프랜차이즈의 원가 공개 압박이나 먹방(먹는 방송) 규제 방침은 국가주의의 대표적인 예”라며 “이런 국가주의적 문화를 끊어야 한다. 이런 일은 시장공동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치료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시대도 아니고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고 시장에 개입하느냐”며 현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하기 위한 프레임 선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각종 경제정책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일어나는 상황을 더 부채질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당을 수세로 몰고 간 ‘안보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 대결, 자율 논쟁’이라는 새 프레임을 짜려는 계획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자신을 겨냥해 일고 있는 ‘친노 인사’ 비난을 ‘대여투쟁의 적임자’로 돌리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그러나 먹방 규제, 커피 자판기 설치 금지 등 일부 사례를 정부의 정책 방향 전체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론과 시민 목소리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가 특정 분야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확대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