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올해 말께 달 탐사선 ‘창허4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들어간다. 달은 자전주기가 지구를 공전하는 주기(27.3일)와 같아 항상 앞면만 지구에 노출해 뒷면에서는 통신과 데이터 전송이 안 된다. 일교차가 300도를 넘고 방사선·운석이 쏟아져서가 아니라 통신이 안 돼 뒷면에 착륙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항천국은 달 뒤편으로 중계위성(췌차오·오작교)를 지난 5월 보내 창허4호와 지구의 교신역할을 맡겼다. 중국은 2016년 9월 우주정거장 ‘톈궁(天宮)2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10월 ‘선저우11호’의 우주비행사가 톈궁2호에서 양자통신을 비롯해 우주식물, 감마선 폭발, 원자시계 활용 내비게이션 실험 등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화물우주선 ‘톈저우1호’도 발사해 톈궁2호와 도킹시켰다.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부터 원자탄·수소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역점을 둔 결과 이제는 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무인탐사선은 미국이 조만간 태양에 보내기로 할 정도로 발전했으나 유인 우주 착륙선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 미국·중국·인도·러시아 등이 유인 달 착륙선 경쟁에 다시 나서고 있는데 달 뒷면은 중국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해 장기적으로 희토류·헬륨3·우라늄·백금 등 희귀광물을 실어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셈이다.
우주산업은 인공위성 기술을 비롯해 로켓엔진, 전기전자, 소재·재료, 연료, 태양광 등 에너지, 통신 등 산업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집약돼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우주 굴기’가 예사롭지 않다. 반면 미국의 견제로 로켓 개발이 늦었던 우리나라는 오는 10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의 핵심인 1단 로켓(75톤급 엔진 4기 묶음)의 75톤급 엔진 1기를 시험발사하려고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3단(1단 75톤급 엔진 4기, 2단 75톤급 엔진1기, 3단 7톤급 엔진 1기)을 모두 장착한 로켓은 2021년에 발사하고 우리 기술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은 2030년까지로 잡고 있어 중국보다 수십 년 뒤처져 있다. 두 차례의 실패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1단 로켓과 엔진 시험설비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던 것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과학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주 굴기”라며 “먼 미래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제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최고의 통신보안 기술로 꼽히는 양자정보통신 등 양자기술에서도 선두권에 있다. 2016년 8월 세계 최초 양자통신 위성인 ‘묵자’를 발사한 데 이어 지난해 초 베이징에서 7,600㎞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까지 무선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간 세계 최장 양자통신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2020년까지 세계 최대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세우고 기존 컴퓨터보다 연산능력이 100만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760억위안(12조4,0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박성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미국·일본·독일·영국 등이 양자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인공지능·정밀의료·보안솔루션·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조원을 들여 둘레가 1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최대 규모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가속기보다 4배나 큰데,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얻을 수 있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고 우주 비밀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은 2016년 지름이 500m인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도 완공한 바 있다.
올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에도 성공하는 등 바이오·생명공학 연구도 앞서나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5월 과학자들 앞에서 “중국을 세계 과학의 중심이자 혁신의 정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학 굴기’를 천명한 게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2018 과학·공학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세계 과학논문 실적에서 중국은 18.6%(42만6,000여편)로 미국(17.8%·40만9,000여편)을 처음으로 제쳤다. 2016년 7월 ‘네이처’가 자연과학 학술지 68개의 연구성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위 내에 중국 대학·연구기관이 무려 40개나 있어 미국(11개), 영국(9개), 독일(8개)을 압도했다.
중국은 정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중국의 R&D 비용은 1조5,677억위안(약 256조원)으로 우리나라(598억달러·67조원)보다 3.8배나 많았다.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중은 2.07%로 우리나라(4.23%)보다 낮았으나 6~7%대 성장하는 중국이 R&D 비중을 높이고 있어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는 R&D 총액이 현재는 절반 수준이지만 갈수록 격차를 좁힐 것으로 전망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은 “중국은 과학기술을 통해 공자가 말한 ‘백성이 편안하고 배부르게 잘사는’ 소강사회(小康社會)를 만들고 사회주의를 현대화한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며 “시간이 갈수록 미국을 따라잡고 상당 분야에서 앞서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