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경기하강]車·석유화학 등 재고 비상...SOC 예산축소, 결국 건설 침체로

■6월 산업활동 동향 보니
특수산업용 기계 투자 -13.9%
車 등 제조업 재고는 1.1% 증가
경기판단 가늠 선행지수도 바닥
G2 통상갈등 등 대형악재 줄이어
기업 영업성과 17개국 중 꼴찌수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산업활동동향을 구성하는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지표는 부침은 있었지만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5월 생산만 나홀로 간신히 0.2% 증가하더니, 31일 발표된 6월 통계에서는 소매판매(소비)만 0.6% 올랐을 뿐 생산(-0.7%)은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투자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 부문 투자가 급감하고 자동차와 석유화학 재고는 불어나면서 경제 전반에 경기하강 우려가 번지고 있다.

◇믿었던 반도체·석화 균열 조짐=반도체와 석유화학업종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6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들 업종이 언제까지나 한국 경제를 떠받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도체의 경우 미래 성장을 담보할 설비투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특수산업용기계 설비투자지수는 전달보다 무려 13.9% 줄었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9.4% 증가했지만 2월 7.1% 감소하며 주춤하더니 3월에는 15.7% 급감했다. 4월 0.4%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감소율은 30.4%까지 치솟는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최근 D램 및 낸드 반도체 현물가격 하락 등으로 ‘고점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D램 시장이 공급초과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분야 재고율이 높아진 점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과 비교해 자동차는 1.3%, 석유정제와 화학제품 재고는 각각 6.9%, 3.0%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한 재고 증가율은 자동차가 14.1%에 달하고 석유정제와 화학제품이 각각 9.7%, 9.9%로 치솟는다. 자동차는 판매 부진에 발목을 잡히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시장 판매량이 지난 2·4분기 17.1%나 급감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금융규제 강화,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완성차 업체 판매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지난 19일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내리는 소비부양 카드를 꺼내기는 했지만 내년 이후 세금 혜택이 종료되면 판매 절벽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지난 2~3년간 ‘슈퍼 사이클’을 누려온 석화업계는 공급과잉과 유가급등, 환율 강세 등 악재 속에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제품 가격이 원유 상승세를 쫓아가지 못해 마진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설비를 늘리며 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안한 호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도화 설비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투자 지표인 건설기성(건설업체 시공 실적)은 전월보다 4.8% 감소했는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감소하면서 토목 수주가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바닥 기는 경기지수…앞날은 더 캄캄=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저조했다. 지난해 12월 -0.4포인트 이후 6개월 만에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부터 4월까지 하락하다가 5월 보합을 나타냈지만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하강의 단서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보합을 나타내면서 연속 행진은 중단됐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말해온 ‘경기 회복 흐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기본적으로 하락 흐름이라서 전환점 식별에 굉장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제 하강 요인들이 널려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무역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미중 통상갈등 △미국의 철강 관세 △미국 중간선거 등 정치일정 △미국의 자동차 안보 조사 등을 꼽았다. 하나같이 수출에는 대형 악재들인데, 내수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경쟁력은 추락…“성장 동력 회복해야”=안팎의 상황이 만만치 않은데 우리 기업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한국기업의 영업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15개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7%로 비교 대상 주요 17개국 중 16위에 그쳤다. 미국(11.3%)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중국(6.1%)보다도 1%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2010~2013년 7.3%에서 2014~2017년 7.6%로 개선됐는데 한국은 같은 기간 5.2%에서 4.6%로 뒷걸음질쳤다. 자산수익률(영업자산 대비 영업이익)은 꼴찌였다. 기업 경쟁력을 높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성을 올리고 고부가 사업으로의 전환, 사업 방식 혁신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대기업과 수도권에 꽁꽁 묶인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서민준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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