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ICBM 제조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이다. WP는 30일(현지시간)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평양 외곽에 위치한 무기공장에서 비밀리에 ICBM을 최소 1기 이상 제작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같은 날 정부 고위관료를 인용해 지난해 ICBM을 생산했던 북한 공장 주변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정찰위성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부터 북한의 핵시설 은폐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던 가운데 ICBM 제조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해야 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제재 완화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려정(여정)을 가로막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느라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 위한 공동연락사무소 작업에 필요한 몇㎾ 용량의 발동발전기를 들여오는 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는 불쌍한 모습”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비핵화 협상에 있어 가시적 진전 없이 북한의 제재 완화 주장만 커지면서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는 입장이 점점 난처해지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일 워싱턴, 23일 뉴욕을 각각 찾은 데 이어 26일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박선원 국정원 특보와 함께 미국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미국으로 건너가야 할 정도로 현 상황의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비핵화가 선제된 후에 가능하다”고 다시 한 번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