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정치기관으로 절하해야"…양승태 '개헌대응반'의 모략

양승태 대법원장./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개헌 정국을 틈타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에 통합시키거나 정치기관으로 절하시키기 위한 개헌대응반을 꾸리고 상당 기간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조사한 410개 문서 중법원행정처가 추가공개한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문건에 이같은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문건은 JTBC가 최순실 테블릿PC의 내용을 보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인 2016년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는 2016년10월 초부터 행정처 소속 판사 6명 등 내부팀원 10명과 내부·외부자문역으로 구성된 개헌대응반을 가동했다. 이 대응반의 목적은 개헌 과정에서 대법이 헌재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전파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대법은 개헌 정국에서 헌재에게 밀릴 것을 상당히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헌재가 최근 “재판소원 등 법률적 쟁점에 관심을 가지고 법원 영역을 침해하고 싶은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2016년7월경 작성된 ‘개헌정국과사법부의대응방안’ 문건에도 “최근 간통죄 위헌 결정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이슈에 대 한 진보적 결정으로 국민으로부터 획득한 긍정적 이미지를 토대로 개헌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 높음“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행정처는 대법과 헌재를 통합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만약 통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헌재를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절하시켜 대법과의 관계를 단절하자는 대목도 나온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등장한다.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헌법재판관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건은 “헌재 재판관은 법조 자격자에 한하여 될 수 있음. 그러나 선진 각국의 헌법재판관은 그러한 제한이 없음”이라며 “정치학자 등을 재판관으로 → 헌재의 탈 법조화 → 헌재의 정치적 사법기관화”라는 전략을 구상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작업을 위해 “국회에서 꾸려질 개헌특위에 참여할 전문가들을 발굴해야 한다”며 “헌재에 특히 편향된 입장을 가진 헌법학자들은 배제시키는 전략 필요”하다고 문건 작성자는 서술했다.

행정처는 개헌대응반의 운영이 정치적인 것은 물론 비난의 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건에는 “외부자문역의 명단이 유출되면 법원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기관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정치적으로 행동한다는 치명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 높으므로 철저한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문건은 이같은 보안 유지를 위해 외부자문역과 비상임 내부자문역 모두 내부팀원이 일대일로 개별 접촉해야 하며 자문역들이 서로 간의 존재를 모르는 ‘점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개헌대응반은 적어도 수개월간은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건에 따르면 1차 회의는 2016년 10월25일, 2차 회의는 10월28일에 이뤄졌으며 3차 회의는 11월11일로 예정돼 있었다. 또한 이날 함께 공개된 2016년12월10일자 ‘체크리스트’ 문건에는 12월20일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2017년 1월13일자 체크리스트 문건에도 ‘개헌대응반 관련 주제 정리 배분’이 등장해 그때까지도 개헌대응반이 존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청와대가 지난 3월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헌법재판소에 대해 법관 자격자(법조인)만 재판관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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