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공작’ 심리전의 대가 황정민X이성민X조진웅X주지훈이 완성한 한국형 첩보영화

스파이 통해 그려낸 분단의 시대
액션 히어로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
한반도의 비극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분단 현실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공작’이 베일을 벗었다.

가장 한국적인 현실을 영화로 불러낸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남과 북, 냉전의 최전선에서 펼쳐진 첩보전을 그린 작품. 대북 스파이 ‘흑금성’의 첩보전을 통해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긴장감과 더불어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들을 영화는 폭넓게 그려내고 있다.

3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참석했다.

남북 실화 첩보극 ‘공작’은 북으로 잠입한 남측의 스파이를 본격적으로 그린 영화로 주목 받았다.

배우 주지훈, 이성민, 윤종빈 감독, 배우 황정민, 조진웅이 영화 ‘공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윤종빈 감독은 “우연히 다른 영화를 준비하던 도중 취재하다 스파이 이야기 처음 알게 됐다. 충격적이었고, 1차적으로 호기심이 갔다. “고 작품을 연출한 계기를 전했다.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그리고 있는 ‘공작’의 타임라인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이다. 남북 관계가 북핵 이슈로 전쟁 직전의 긴장감으로 치달아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였던 때부터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리얼한 첩보극을 만들고 싶다”는 윤종빈 감독의 생각이 결국 스크린에 구현됐다.

윤 감독은 “수소문해서 흑금성의 실제 인물인 박채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수감 중이라 가족분을 통해 만들게 됐다” 며 , ”91년부터 2005년까지 이야기다. 10몇년 간 이야기를 2시간 호흡으로 담아야 하는데 어떤 맥락으로 각색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고 털어놨다.

윤 감독은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의 내적 논리에 따라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남과 북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과연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번 던져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흑금성의 실제 인물인 박채서씨는 2010년 국가보안법으로 징역을 살게 된다. 영화 ‘공작’은 자막을 통해 이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공작 활동은 국제법상 범죄 행위다. 공식적으로 모든 국가에서 인정을 안 한다.”고 언급 한 뒤, “그것을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론 국가보안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다. 이 법이 실정에 맞는건지 생각의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배우 황정민이 영화 ‘공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공작’은 최근 첩보영화의 주류로 자리 잡은 액션 히어로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영화다. 현란한 액션, 숨가쁜 추격전, 화려한 신무기들의 향연 등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첩보 영화의 시그니처들. 여기에 더해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악’을 온갖 난관을 뚫고 응징하는 것이 전형적인 첩보물의 문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공작’의 첩보전은 치열한 ‘심리전’을 바탕으로 한다. ‘심리전의 대가’이자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들이 극 완성에 한 몫한다.

다이내믹한 첩보전과 다른 스파이 액션 ‘공작’을 만든 이유에 대해, 윤 감독은 ”대부분의 관객들인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 같은 첩보 액션을 떠올린다. 반대 지점으로, 이런 첩보 영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고 답했다.

그는 “ 해외 스파이는 소설을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한국의 스파이를 공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실제 스파이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실화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우 황정민이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으로 돌아왔다. ‘흑금성’은 육군 정보사 소령으로 복무 중 안기부의 스카우트로 북핵 실상 파악을 위해 북의 고위층으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 인물. 그는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의 고위 인사 리명운에게 접근한다. 투철한 애국심과 의도를 감춘 채 공작해야 하는 스파이이다.

황정민은 ”흥미를 떠나서 꼭 알려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기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황정민은 “분명 나 역시도 90년대를 살아온 사람인데, 어쩜 이렇게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자체가 뉴스화 되지 않고 지나갔다는 것 자체가 나 말고도 모르는 관객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 덧붙였다.

6년의 옥살이를 했던 흑금성. 그는 흑금성의 실제 인물인 ‘박채서’ 선생님을 뵙고 싶었다고 했다. 황정민은 “그 분의 행동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묘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분의 눈이나 기운을 보고 싶었다.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었다. ”고 ‘흑금성’의 결단과 선택에 대해 존경심을 보였다.

만기 출소 후 박채서씨를 만나게 된 황정민은 ”많은 역경과 고난을 묵묵히 견디신 걸 보면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았나 여러 감정이 들었다.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고 밝혔다.

‘공작’의 원래 제목은 ‘흑금성’이었다. 윤 감독은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영화계에서 암암리에 다 알고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면 안될 것 같아서 ‘공작’으로 가제를 정했는데 그게 제목이 됐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흑금성을 북으로 침투시키는 첩보전을 기획하는 안기부의 실장 최학성으로 나선 조진웅은 남북이 4.27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가운데, 영화 ‘공작’이 개봉하는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조진웅은 “‘공작’의 이야기가 남북 문제에 화두를 던지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가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 조진웅이 영화 ‘공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의 숙원이었고, 남북한이 평화롭게 통일이 된다는 건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다. 너무나 기쁘다. 지금의 정서는 지지하고 좋은 결과를 학수고대한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윤 감독은 ”저희가 촬영을 한 달 앞뒀을 때 촛불정국 탄핵정국이었다. 만들고 생각하자. 그런데 만들고 나서 남북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어떻게 하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화해무드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윤종빈 감독의 신작인 영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새로운 한국형 첩보영화다. 8월 8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