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1조6,1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5조5,739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2016년 이후 반도체는 호황이지만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워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는 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에 빗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인텔과 마이크론을 앞세운 미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우위를 다지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인수를 불허하며 후발 주자들에 대한 견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첨단 산업분야 우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서울경제신문의 창간 58주년 설문조사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2022년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가 반도체 등 ICT 분야의 산업경쟁력에서 우리나라를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우리가 왕좌를 놓칠 시기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8%가 ‘2022~2025년’이라고 답했다. ‘2025~2030년’이라는 응답은 26%로 뒤를 이었다. ‘2030년 이후’라는 응답은 16%였는데 ‘2020~2021년’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20%나 됐다. 이는 한국 경제가 혁신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산업에 기대 한 달에 500억달러가 넘는 수출실적을 낼 수 있는 지금이 산업구조 개편의 적기라는 얘기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제고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거꾸로 산업경쟁력의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이들이 32%로 가장 많았다.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기 살리기→투자 확대→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규제 완화 다음으로는 ‘교육시스템 개혁(22%)’과 ‘전문인력 양성(12%)’ 등이 꼽혔다.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재공급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도 과제다.
과거와 달리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이는 정부 주도의 혁신보다는 기업과 산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만 R&D에 19조3,927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나 그에 따른 특허 확보는 사실상 부족하다. ‘노동개혁’이 해답이라는 이들은 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제조 2025’에 대응하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