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길 막혀" VS "협상 새국면으로"

[한전, 英원전 무어사이드 인수 우선협상권 상실 논란]
"도시바, 새 구매자 모색" 분석 속
"협상 불확실성 사라졌다" 평가도

한국전력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운영사인 누젠(NuGen)의 지분인수 우선협상권을 상실하면서 원전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부는 영국 정부가 원전사업자의 최저수익을 보장해주는 새 사업모델을 적용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수익보장과 영국 정부의 지분 참여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협상이 새 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무어사이드 지분 인수 우선협상권 상실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쟁점을 살펴본다.


◇수출길 막혔나…정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논란은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의 보도로 촉발했다. FT는 일본 측 소식통을 인용해 누젠의 지분을 100% 보유한 도시바가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누젠(NuGen)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영국 정부와 다른 이해관계자 등과 협의해 대안을 검토한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실제 지난 7월 25일 도시바는 한전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해왔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 계약시한은 6월 15일이었다. 이후 한 차례 시한을 연장했지만 영국 정부와 구체적인 사업 모델에 대한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시한 안에 지분인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도시바가 누젠의 지분을 한전이 아닌 다른 새 구매자에게 팔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원전 수출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당장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 시한을 넘긴 결정적 원인은 영국의 원전 정책이었다. 지난 6월 4일 영국 정부는 신규 원전사업에 기존 발전차액보조(CfD)가 아닌 규제자산기반(RAB·Regulated Aset Base)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방식이 바뀐 만큼 협상도 새 판이 짜였고, 이는 한전과 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도시바 측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도시바의 언론 플레이인가=정부도 새 사업방식에 따라 영국 정부를 포함한 ‘삼자 협상’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맞춰 우선협상권 상실 문제가 부상한 것을 두고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도시바는 지난 30일 런던에서 협상을 통해 RAB 모델을 적용할 경우 수익성과 리스크를 추정하기 위한 ‘공동타당성연구’를 하겠다고 우리 정부와 합의했다. RAB 모델은 규제기관(Regulator)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해주면, 이를 통해 낮은 금리로 재원을 조달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모델이다. 전력판매액과 실제 발전단가 차이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기존 CfD 방식보다 리스크가 낮다는 게 특징이다. 업계에서 도시바가 새로운 협상판에서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새 구매자를 찾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분 인수 완료까지 걸릴 4~5개월 기한 동안 최대한 협상의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다. 도시바가 한전 외에 중국 등 다른 사업자와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원전사업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비록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지했지만, 한전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되려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도=논란을 떠나 영국 정부가 무어사이드 원전에 RAB 방식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협상을 교착상태로 빠뜨렸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그동안 정부는 영국정부에 한전이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바탕으로 하는 21조원 규모의 사업인 만큼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영국 정부도 지분 참여를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RAB 방식 적용으로 이런 문제가 일거에 해소된 것이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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