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중, 다시 꼬이는 비핵화]美 "개성공단 NO, 비핵화 먼저" 단호한데…韓은 제재 뒷문 여나

美, 비핵화 실천플랜 나오지 않자
北 주장하는 종전선언 수용 안해
韓, 이산상봉 등 관계 개선에 난처
中은 美 통상마찰에 북핵 활용해
심재철 "국내 반입 석탄은 북한산"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다시 꼬이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선제조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반면 북한은 경제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특정 분야에 한정해 ‘제한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남북미중의 셈법이 각각 다르다. 그만큼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다는 얘기다.

◇美, 비핵화 선제조치 나와야 종전 선언=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달 27일 북한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이송된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유해 55구가 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또 이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산가족 상봉 준비차 금강산을 방문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오는 3일 방북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종전 선언, 남북 경협 재개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는 문들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금수 품목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된 데 이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의 길이 더 험난해진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북한산 의심 석탄의 국내 반입 사건과 관련해 관세청이 지난달 북한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정세의 핵심 키인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멈춰 서면서 남북은 물론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속내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날 오후 미군 오산기지에서는 지난달 27일 북한 원산에서 싣고 온 미군 유해 55구가 미군 대형 수송기 C-17에 실려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로 향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이미 북한에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 선언,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비핵화에 있어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되레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새 ICBM 제조 정황을 포착하면서 워싱턴의 고민은 더 커졌다.

◇北, 제재 해제가 우선=이런 가운데서도 북한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우리 측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안정을 저해하고 도발적인 북한의 행동에 맞서 개성공단을 폐쇄한 2016년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원칙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입장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종전 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현 회장 등 남북 경협 주역의 방북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진전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고 싶지만 북미 간에 묘한 긴장감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다시 한번 ‘서훈 방북 카드’를 꺼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를 다시 본궤도로 올리려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가을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을 8월 말로 앞당기는 등 또 한번의 대형 이벤트로 한반도 평화 해법 찾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북한과의 밀월관계 강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파고든 중국은 현 상황을 통상·안보 등 대미 갈등에 이용하려는 분위기다. 종전 선언 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우회적으로는 대북 지원에 나서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대미 협상 지렛대로 과도하게 활용할 경우 미국과 더 큰 갈등 상황에 놓일 수도 있어 중국 역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다.

한편 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 꼬인 비핵화 해법 찾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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