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수도 아테네 인근 키네타에서 시뻘겋게 번져오는 산불을 소방관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91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스 산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놓고 유가족들과 정부 당국의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지난 10일간 그리스 아테네 북동부 해안도시 마티 일대를 휩쓴 산불로 숨진 2명의 유족이 정부와 구조 당국 책임자들을 검찰청에 고소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족 측 변호사 안토니스 포사는 “화재 예방과 진화, 국민 안전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며 그 대상으로 재난 주무부처인 시민보호청 청장, 주지사, 시장, 경찰·소방당국을 겨냥했다. 당국의 미숙하고 잘못된 산불 대처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 이들 유족의 입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희생자 가운데 70세 교사는 차고에 있을 때 산불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갇혀 사망했다. 73세의 이웃 주민도 산불로 숨졌다. 그는 사망 며칠 전 부인, 친구들과 딸 결혼 축하연을 했는데 자신을 뺀 나머지 사람은 모두 가까스로 탈출해 생존했다.
이번 산불을 놓고 당국의 부실 대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중이다. 산불 발생 초기에 늑장 대응해 불길이 해안 산림 지역을 따라 빠른 속도로 번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통경찰이 수십 명의 운전자를 산불 지역으로 잘못 유도한 경우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를 기다리다가 익사한 주민도 발견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2007년 대형 화재 사건 때 관계 당국의 유죄가 인정되고 책임자들이 총 70년의 징역형을 받은 일이 있다며 이번에는 당국의 형사 책임을 묻기를 기대했다.
이번 산불과 관련, 다른 피해자들의 유사한 법적 대응이 이어지며 책임 소재를 둘러싼 싸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이미 책임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제1야당인 신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비롯해 재난 대응 부처 책임자들을 향해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미초타키스 대표는 시민 수십 명의 고통과 상실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은 정치적 이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민이 이런 행위를 심판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