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의 氣를 살려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일자리 늘리기에 역량을 집중해온 문재인 정부의 집권 1년의 성과는 변변치 않다. 실업률은 고공행진 중이고 청년실업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6월 취업자 증가 수가 5개월 연속 지난해 동월 대비 10만명대에 그쳤다. 정부 목표치(32만명)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일자리 정부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고용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일자리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왜 이런 고용 대란이 일어날까.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경제시대’다. 세계 각국이 감세와 노동개혁·규제완화로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 강성노조 국가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집권 후 감세와 노동개혁에 나섰다. 전문가들이 프랑스가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면서 실업 해소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책과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증세와 노동친화정책으로 기업의 부담을 늘렸다. 지난해 법인세율을 올린 국가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선의의 목적으로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는 당초 의도와 다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감소하고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적 약자인 중산서민층과 소상공인·청년들이 최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저성장시대에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기업과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거나 나랏빚으로 복지를 늘리면 재정적자로 이어져 국가부채만 늘어나고 기업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침체는 심화한다. 한국의 국가부채는 ‘공무원연금충당부채(현재 재직공무원과 기존 연금수급자가 사망할 때까지 정부가 지급해야 할 연금급여의 추정액)’을 감안할 경우 1,550조원에 달한다. 국민총생산(GDP)의 100%에 가까운 수치다.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면서 공무원을 늘리고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나랏돈을 쌈짓돈같이 쓸 때가 아니다.

‘개방경제시대’에 기업을 홀대하면 기업과 자본은 규제가 덜한 곳으로 떠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기업의 국외 투자액이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액의 세 배에 달한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한국의 주력 기업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생산성이 높으면서 규제가 덜한 베트남·인도·미국·유럽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국내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운 노동친화정책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기업을 해외로 내몰아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볼 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신산업 육성과 신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와 노사·정치권이 함께 기업과 부자가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노동개혁에 나서야 하고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를 정착시키는 한편 ‘규제개혁’으로 기업과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2018년 6월 현재 총 일자리(2,712만개)의 92%(2,495만개), 2016년 국세 총세수(233조원)의 29%(67조원)가 기업에서 나왔다. 이제 성장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시장원리에 충실한 ‘기업주도’의 ‘혁신성장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성장과 일자리·복지가 선순환(善循環)하는 ‘포용적 성장 생태계’의 구축, 이것이 일자리 정부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성공의 길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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