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유한한데 기업의 생명은 얼마나 오래갈까.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약 28년 정도이다. 사실 기업 경영의 가장 고귀한 가치는 영속성(on going) 있는 계속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100년, 200년, 1,000년이 넘게 운영되는 장수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200년 이상이 된 장수기업들은 일본에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영국 315개 등 주로 일본과 유럽 지역의 회사들이다. 5,000년 역사의 한국에는 200년 이상 된 기업은 없고 100년 이상의 기업이 7개가 있다. 장수기업이 많은 일본과 독일의 경우를 보면 장수기업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느낌이다. 이들 국가에서의 장수기업은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술과 경영, 사회적 공헌의 대물림’으로 이해하고 존중되고 있으며 중소·중견 장수기업들도 상당히 많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장수 기업은 누구일까. 곤고구미(일본명:金剛組, 영어: KongoGumi Co ., Ltd)는 문화재 건축물의 복원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의 건설회사로 지난 578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목조건축회사가 어떻게 1,400년 이상 기업경영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 곤고구미의 경영철학은 기술 완벽주의와 핵심사업에의 집중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곤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고 할 정도의 일본 정부의 가업승계 지원 정책이 장수경영에 한몫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창설자가 백제에서 넘어온 건축장인 류중광이라는 사실이 사뭇 놀랍다. 한국에는 200년 넘는 기업이 하나도 없는데 세계 최장수 기업을 한국인이 창설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국내외 장수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시대와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사업재편을 꾸준히 실행한다는 점이다. 둘째,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등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점이다. 셋째, 고객·소비자·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장수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공헌도를 매우 중요한 기업가치로 생각한다.
프랑스에는 세계 장수기업 모임인 에노키안협회가 있다. 에노키안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장수 인물 ‘에녹’이 365년이나 살았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협회 회원사가 되려면 200년 이상 된 기업이면서 창업자의 자손이 경영자이거나 임원이어야 한다. 이 협회에서 강조한 장수기업의 조건은 가족의 화합, 기업가 정신과 기술혁신, 그리고 스튜어드십과 사회적 책임이다.
세계의 장수기업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왜 가족 소유의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지를 생각해본다. 한국에서도 장수기업의 조건을 갖추고 혁신과 영속 발전을 위한 재투자에 열심인 초장수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