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저임금 인상 반대에 귀닫은 고용부 장관

사회부 이종혁 기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지난달 14일 이후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자보다는 수혜자와 주로 만났다. 7월23일에는 청년유니온, 이어 26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달 30일 대화상대는 전국여성노조였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고 전국여성노조는 ‘최저시급 1만원’을 줄기차게 외친 단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소상공인단체와의 최저임금 간담회를 불과 네 차례 진행했다. 그마저도 한번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장관들이 함께 진행한 합동 간담회다. 이를 제외하면 커피숍 브랜드 ‘빽다방’ 가맹점주·임원과의 만남 한 차례, 가맹점주협의회와의 간담회가 한 차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격렬히 외쳐온 소상공인연합회와의 단독 만남은 단 한 번에 그쳤다.

간담회 시기를 따져도 소통의 부재가 엿보인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간담회를 연 뒤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7월까지 소상공인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달에 만난 가맹점주협의회는 사용자단체이면서도 현 정부 지지단체에 가깝다. 이들은 김 장관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 자제 대신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가맹사업법 개정 등 사실상 고용부의 기존 의견을 되풀이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고 김 장관은 3일 고시를 통해 확정 지을 예정이다. 이 와중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불복을 선언하고 거리와 법정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도 줄줄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김 장관이 이를 받아들여 최저임금을 재심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상공인들이 한결같이 최저임금을 생계 위협 요인으로 지목해도 장관은 여전히 카드수수료와 가맹점주 보호법만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 주무 장관과 실제로 임금을 줘야 하는 사업주와의 선명한 시각차가 소통의 빈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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