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18.6%↓·거래대금 60%↓...'헛말' 그친 코스닥 활성화정책

■정책에 '배신' 당한 코스닥 8개월전으로 후퇴
코스닥벤처펀드·세혜택 등 도입했지만 기대 못미쳐
시총30% 차지하는 바이오주 테마감리도 투심 위축
세법 개정안선 파생상품까지 과세 확대 엇박자도


코스닥시장이 정책에 배신을 당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머물던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 정책효과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바이오주 테마 감리, 코스닥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등 오히려 시장을 압박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를 믿고 투자한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무능하다” “무책임하다”는 푸념이 쏟아진다.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지표인 거래대금이 급감하며 코스닥지수는 8개월 전으로 후퇴했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총 190조6,97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75조7,689억원으로 60%나 줄었다. 1월은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던 달이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는 연기금·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상장요건 완화,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사모중개 전문증권사 제도, 전문가 전용 비상장 거래 플랫폼 신설, 코스피·코스닥 대표 종목들로 구성한 신규 지수 KRX300 출시, 코스닥 스케일업펀드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7개월이 지났음에도 시장에 정책효과는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2월에 약 106조원으로 뚝 떨어졌고 바이오주 약세로 코스닥지수의 부진이 이어지자 감소세가 계속됐다. 1월29일 927.05로 상승했던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740선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이날 781.38을 기록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말 수준으로 후퇴한 셈이다. 올해 연고점과 비교했을 때 하락률은 18.6%에 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전 세계적인 신흥국 자금 이탈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쳤지만 투자자들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1월 발표 당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테슬라 요건 확대 등 상장 문턱을 낮추고 코스닥벤처펀드 운용 등 모험자본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정작 큰손인 연기금이나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의 80~ 9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혜택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관은 2~3월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섰지만 4월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2월 출시한 KRX300도 현재까지 우정사업본부 한 곳만 벤치마크로 도입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연초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이어 5월까지는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개미투자자들을 코스닥으로 불러모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다시 유인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내년부터 벤처·코스닥 전용펀드 투자자에게 소득공제를 해주기로 했지만 1인당 투자금액 300만원 한도로 책정되는 등 소극적인 혜택에 그친다. 과거 근로자 장기증권저축 세액공제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극적으로 늘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 엇박자도 문제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는 연기금의 코스닥 차익거래에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년 1월부터 오는 2021년 말까지 코스닥 차익거래를 하는 연기금에는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같은 세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코스피 파생상품에만 과세했던 양도소득세 징수를 코스닥150선물·KRX선물 등 코스닥 파생상품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과세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육성해야 할 시장의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바이오주에 대한 테마 감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코스닥 제약지수는 1월 최고점 대비 28%나 떨어졌다. 정부는 바이오 업종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극히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하반기 공개될 보완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상장사들은 덩치가 큰 코스피 상장사들보다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코스닥은 실적 같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 수급, 정책 기대감 등을 따라 움직인다”며 “코스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말을 믿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제대로 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이경운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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