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조달 보릿고개 아시아나항공…하반기 5,000억원 마련할까

외화 채권 9.5% 고금리에도 발행 실패
주가 약세로 유증 어렵고 자회사 상장도 난항
하반기 자금 리스크 우려 커져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대 금리의 외화 채권 발행에 실패했고 최근 진행한 해외 IR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말까지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설지 주목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달러화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아시아나는 6월 초 3억달러(3,0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비교적 높은 금리인 연 9.5% 조건으로 발행을 진행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달 초 수요 예측에 재도전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내식 사태와 기체 결함에 따른 사건 사고, 매각설까지 더해져 아시아나항공의 이미지가 악화 됐고 담보가 충분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최근 싱가포르 등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 양해각서(MOU)에 따라 부채 비율을 낮추고 있다. 광화문 사옥과 CJ대한통운 보유지분 매각,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9,000억원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올해 남은 4개월 간 필요한 5,000억원 가량이 문제다. 외화 채권 발행 중단 외에 3·4분기 진행하려던 유상증자도 주가 약세로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나의 주가는 액면가(5,000원) 이하인 4,155원(2일 종가 기준)이다. 액면가 미만 유상증자는 주주총회를 거치면 진행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주가하락에 주주가치희석까지 감내해야하는 주주들이 경영진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자금확보 방안 중 그나마 현실성이 이다던 자회사의 기업공개(IPO)상장 역시 가시밭길이다. 아시아나IDT는 지난 5월에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청구했지만 상장 일정은 예상하기 힘들다. 아시아나IDT 상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1,000억원 안팎이다. 에어부산도 상장을 진행 중인데 최근 티웨이항공 흥행 실패 분위기에 부담스럽다. 실적 마저 악화하고 있다. 2·4분기 영업이익은 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달 “(아시아나항공 상황)을 열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상황이 잠재적으로 급격히 나빠지면 우리가 바로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항공 산업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데 자금 난을 겪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방법은 있겠지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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